[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 서규용 농식품부장관의 엄포에 '소떼' 상경시위가 무산된 가운데, 청와대 앞에 송아지가 나타났다.
소 값 폭락에 대한 대책을 촉구하기 위해 청와대에 송아지를 전달하려는 농민과 통합진보당 의원들이 경찰과 마찰을 빚었다.
통합진보당은 19일 오후 2시 청와대 근처인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에서 청와대에 보내는 항의서한을 전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기자회견에는 이정희·유시민·심상정 공동대표단과 천호선 대변인, 강기갑·김선동·홍희덕 의원, 이광석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 등이 함께했다.
유시민 대표는 "소를 굶겨 죽이는 고통을 농민들이 겪고 있다"며 "당국이 의지를 갖고 대응한다는 모습만 보여줘도 시장이 안정되고 사태가 진정될 수 있었을 텐데 단호하게 나오는 것은 정부가 이 고통을 조금도 공감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정희 대표는 "농민들이 긴급한 대책을 요청하고 있지만 오히려 농림부장관이 소를 끌고 나오면 해당 지자체에 불이익을 주겠다고 협박하고 있다"며 "소 값 폭락으로 인해 고통 받지 않도록 통합진보당이 함께 싸우겠다"고 외쳤다.
심상정 대표는 한중FTA 추진을 지적하며 "농사는 중국이 짓고 소는 미국이 키우면 농민들은 어떻게 사느냐"며 "사료비를 지원하고 긴급 수매를 실시하라"고 촉구했다.
강기갑 의원이 청와대에 전달할 항의서한을 낭독한 일동은 경찰의 제지로 송아지가 기자회견장에 들어오지 못하자 직접 끌고 오겠다며 행진을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병력과 1차로 마찰이 빚어졌다.
길을 열라고 외치는 고함소리에도 묵묵부답이던 경찰을 뚫고, 강기갑 의원 등은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소를 키워봐야 한다"며 송아지를 청와대에 끌고가려 했다. 경찰은 송아지와 통합진보당 의원들을 둥그렇게 둘러싸고 압박했다.
한참의 실랑이 끝에 기자회견 사회를 맡았던 천호선 대변인이 "충돌을 피해야 하니 그럼 경찰에서 송아지를 인수해 청와대에 전달하라"고 요청했다. 주변 시민들도 "경찰은 꼭 인증샷을 올리라"고 호응해 경찰을 난처하게 했다.
결국 경찰은 송아지를 차량으로 옮겨 싣기로 했다. 좀처럼 송아지가 말을 듣지 않아 애를 먹었으나 끝내 차에 송아지를 싣고 어딘가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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