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민규기자] 우리나라 전체 영세사업자의 절반 가량이 종사하고 있는 도소매업종에 대한 30대 재벌 계열사들의 잠식도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출자총액제한제도가 대폭 완화된 2007년을 기점으로 롯데, CJ, 현대 등 이른바 '유통재벌'의 공세가 본격화되면서 각종 도소매업종에서 재벌 계열사의 시장수익 독점현상이 정점에 이르렀다.
경제정의실천연합이 26일 발표한 '30대 재벌 경제력 집중추이 분석'에 따르면 30대 재벌 상장도소매업체수는 지난 2007년 19개사에서 2010년 25개사로 6개사(32%) 늘었다. 이 중 재벌 계열사가 차지하는 자산비중은 전체의 81%, 매출액은 86%를 차지한다.
당기순이익의 경우 전체의 111%를 차지해, 전체 상장 도소매업체에서 발생하는 수익의 대부분을 가져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순이익 비중이 100%가 넘는다는 것은 30대 재벌 상장계열사를 제외한 업계의 모든 도소매업체들이 적자를 기록한다는 의미로, 재벌 계열사와 기타 중소업체들 간 심각한 양극화를 나타낸다.
◇영세상공인 절반이 도소매업 종사..재벌 계열사 진출 이후 '마이너스'
일반적으로 도소매업의 경우 특별한 전문성이 필요없고 비교적 창업이 용이하다는 장점 등으로 업종에서 영세사업자들이 절반 가량을 차지한다. 사실상 생계형 소상공인들의 주력 업종인 셈이다.
그런데 최근 롯데, 신세계 등 이른바 '유통재벌'이 '대량구매를 통한 낮은 가격', '넓고 체계적인 유통망' 등을 무기로 인근 소상공인들의 상권을 빼앗아가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경실련이 발표한 자료를 살펴보면, 지난해 도소매업종에까지 사업을 확장한 재벌 계열사는 롯데미도파, 롯데쇼핑, CJ오쇼핑, CJ프레시웨이, 현대백화점, GS글로벌, GS홈쇼핑 등 전통의 유통 대기업 계열사들이다.
특히 이 중에서 신세계, 현대백화점, 현대그린푸드, LS 네트웍스, CJ프레시웨이 등 다수의 재벌 계열사가 사실상 도매업까지 진출해 대리점 영업 등으로 골목 상권 영업까지 점령한 상태다.
업계 전문가들은 1990년대만해도 통상적으로 건설업종에 한정됐던 재벌 계열사 확장이 모든 서비스업, 유통업 등 모든 업종에 걸쳐 유통체계를 장악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소상공인진흥원의 한 관계자는 "대기업의 도소매업 진출 이후 재벌 계열사가 아닌 다른 업체의 평균 수익률이 모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면서 "실제 도소매업체 중 상장사인 곳은 그나마 형편이 좀 나은 곳"이라고 설명했다.
위평량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원은 "90년대의 경우 건설업종을 통해서 재벌 계열사들에 일감을 몰아주는 것이 일반화 되있었다"며 "최근에는 유통재벌들의 도소매업 진출이 본격화되면서 유통망 전체에서 수익을 끌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권오인 경실련 경제정책부장은 "도소매업의 경우 특성상 큰 기술력을 필요로 하지 않고 중소기업과 서민상권이 많아서 자본력과 마케팅 능력만 있으면 쉽게 이윤을 창출할 수 있기 때문에 재벌들이 진출을 늘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서 "경실련의 이번 조사는 상장회사만을 대상으로 했다"며 "비상장업체들까지 감안하면 재벌의 경제 집중도는 이보다 훨씬 더 심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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