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부산 바닥민심은 "그래도 박근혜"
2012-03-28 10:35:57 2012-03-28 10:58:17
[부산=뉴스토마토 김혜실기자]  4·11 총선 최대 격전지, 낙동강 동남풍의 상륙, 박근혜 대 문재인, 야도(野都)의 복귀.
 
총선 직전 부산을 바라보는 언론의 시각이다.
 
장기 침체된 지역 경기에 동남권신공항 무산, 저축은행 사태 등이 겹치면서 부산 민심은 반MB, 반한나라로 들끓었다. 지역 현역 의원들에 대한 원성이 자자했고, 이는 변화를 바라는 욕구로 이어졌다.
 
이는 2010년 6·2 지방선거를 통해 확인됐다. 당시 김정길 민주당 후보는 44%의 득표율을 획득, 한나라당 간담을 서늘케 했고 이웃 경남에서는 야권단일후보인 김두관 후보가 도백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DJ의 동진정책, 노무현의 도전 등 끝없는 지역주의 극복 노력이 결실을 맺은 것이라고 야권은 판단했다.
 
화룡점정은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찍었다. 현실정치와 거리를 두던 그가 4·11 총선 한복판에 뛰어든 것이다. 그를 정점으로 동서로 이어지는 낙동강 벨트는 야권 희망의 상징이 됐다.
 
그러나 여전한 ‘벽’이 있었다. 박근혜였다.
 
지난해 서울시장 보선과 함께 치러진 10·26 부산 동구청장 재선거에서 한나라당은 박근혜의 힘을 빌려 민주당을 눌렀다. 14.5%포인트라는 격차는 예상을 뒤집은 압승이었다. 문 고문이 상주해 선거를 진두지휘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새누리당으로 간판을 바꿔 단 여권이 노리는 기대치다. 재연을 이끌 동력은 역시 박근혜 선대위원장이란 게 당내 공통된 설명이다.
 
◇“새누리당이 아니라 박근혜를 믿는다”
 
기류는 분명 존재했다. 박 위원장이 부산을 찾은 27일 민심이 들썩거렸다. 올 들어 벌써 세 번째 방문이었다.
 
박 위원장 주변은 이내 얼굴이라도 잠깐 보려는 인파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올라설 수 있는 난간과 방지턱조차 발 딛을 틈이 없었다. 여기저기서 외쳐대는 탓에 가까이 있는 사람 목소리조차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박 위원장이 모습을 나타내자 인파들은 일제히 박수로 환호했다. 갖가지 애정 표현이 곳곳에서 들렸다. 악수 한 번 하려는 사람들이 몰린 탓에 아우성도 터졌다. 지역색을 입은 대중 정치인의 위력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그가 이날 숨 가쁘게 옮긴 일정 곳곳이 같았다. ‘바람이 다르다’는 야권의 플래카드가 무색해졌다.
 
기자는 직접 민심 속으로 들어갔다. 부산진구 개금시장에서 만난 한 상인은 “바라만 봐도 좋은 당신”이라며 미소를 감추지 못했고, 옆에 있던 상인은 “부산은 여전히 박근혜”라며 “봐라. 온다고 다들 모여서 시장통이 얼마나 난리냐”고 거들었다.
 
중장년들 대부분이 가히 맹목적 애정을 드러냈다. 북구 화명동 인근에서 만난 주민 주현서(58)씨는 “박근혜가 넘버원”이라며 손가락을 치켜든 뒤 “새누리당을 보는 것이 아니라 박근혜를 믿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50대의 한 중년 여성은 “그간 실망이 크긴 했지만 그래도 새누리당”이라고 말했다.
 
민심의 바로미터인 택시기사 도종환(63)씨는 “여자로서, 전직 대통령의 딸로서 정말 대단한 일을 하고 있다”며 “차기 대통령은 박근혜가 될 수밖에 없다”고 자신했다. 이어 “문재인은 되겠지만 문성근은 모르겠다”며 “기껏해야 1~2석 내주겠지만 그래도 부산은 새누리당”이라고 장담했다.
 
반면 일부 시민들의 싸늘한 눈초리도 섞여 있었다. 홍양숙(51)씨는 “아버지 후광일 뿐 박근혜가 서민과 민생에 대해 무얼 아느냐”며 “부산 시민들의 지역색이 너무 강한 것이 문제라 각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위원장 방문에 환호한 연령대가 중장년층이 대부분임을 감안할 때 젊은 층의 일정 비토도 감안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한 20대 여성은 그 점을 강조하면서도 “과정이야 어떻든 결국 새누리당 찍는 것이 부산 민심”이라고 말했다.
 
지역 일간지의 한 기자는 “롯데 야구에 대한 열정과 애증이 새누리당에게 그대로 투영되고 있다”며 “이것이 박근혜 효과”라고 말했다.
 
바람이 변화를 이끌어내기엔 부산의 지역벽이 너무도 높았다.
 
부산=뉴스토마토 김혜실 기자 kimhs2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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