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승수기자] 공사비 예가 조율을 두고 서울시와 고덕2단지 조합원들 마찰이 끊이지 않으면서 사업이 표류하고 있다.
주민들은 서울시가 탁상행정으로 일관한다며 비난 수위를 높이고 있다.
강동구 고덕주공2단지는 지난해 12월 사업시행 인가를 받았지만 3개월이 지나도록 시공사 선정 절차 등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못한채 정체 돼 있는 상태다.
조합과 서울시가 공사 예정가격에 대한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28일 고덕주공2단지 조합 관계자는 "서울시가 조합원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공사비 예가를 계속 줄이라고 하는데 더이상 공사비 예가를 줄이면 임대아파트 수준으로 떨어진다"며 "서울시가 사유재산에 간접적인 피해를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공공관리과 관계는 "공사비 예가는 시가 결정하는게 아니다. 우리는 적정한 공사예가로 사업을 지원하는 입장이다"며 "적정한 수준을 맞추기 위해 계속해서 조합과 절충 중"이라고 말했다.
예가 결정이 늦어지며 사업이 제동에 걸렸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다른 사업장을 봐라. 사업이 몇 년씩 걸리는데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라고 반문하며, 고덕주공2단지의 사업지연에 대해 대수롭지 않게 바라봤다.
고덕2단지 조합측은 서울시의 이같은 대응에 답답함을 토로하고 있다.
조합 관계자는 "조합원을 위한다면 빠른 재건축 사업이 진행되야 한다"며 "예가 말고도 합의를 봐야할 상황이 많다"며 "사업이 지연될수록 생활은 생활대로 불편하고, 이자 등 비용 부담만 더 커진다"고 말했다.
고덕2단지와 서울시와의 마찰은 이번뿐이 아니다.
지난해 10월 시는 주민 권익을 보호하고 시공사에겐 합리적인 이익을 보장한다며 재건축 사업 '표준계약서'를 도입했다. 그리고 첫 적용 단지로 고덕주공2단지를 선정했다.
공사표준계약서에 따르면 산출내역서 등 불필요한 계약방식으로 시민들의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어 지분제 입찰을 금지하고 도급제 입찰로 계약할 것을 명시했다.
지분제란 시공사가 조합원에게 새로 신축될 아파트의 일정 면적 등을 무상으로 제공하는 대신 사업에서 발생하는 나머지 이익을 가져가는 방식이다.
도급제는 조합이 주체가 되고 시공사는 조합과 약정한 내용에 따라 공사를 진행하고 공사비를 받는 방식을 말한다.
조합측에서는 경기가 좋을 때는 일반 분양을 통한 수익을 얻기 위해 도급제를 선호하지만, 불황기에는 수익보다는 안정적인 지분을 확보할 수 있는 지분제를 선호한다.
하지만 시가 불황기 최대 지분률을 확보하기 위해 사업을 중단하고 시공사까지 교체한 고덕주공2단지 조합에 지분제를 금지하면서 불만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항의가 거세지자 현재 서울시는 고덕2단지조합과 표준계약서 내용 조정 중에 있다.
고덕주공2단지 관계자는 "조합원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한 시의 전시행정이 개발 속도를 늦추고 있다"며 "개발 사업장의 시민을 위한다면 사업이 빠르게 진행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맞다"고 시를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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