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오 vs 천호선 '신경전', 무슨 일 있었길래
30초룰에서 문제생겨..룰 위반해 양측 양해로 재녹화
2012-04-06 18:00:58 2012-04-06 18:08:47
[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 서울 은평을의 새누리당 이재오 후보와 통합진보당 천호선 후보간에 선거방송토론회를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도대체 토론회에서 무슨 일이 있었을까?
 
5일 서울 양천구 CJ헬로비전에서는 은평구선거관리위원회 주최로 후보자 방송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 녹화에서는 선관위가 정해놓은 '룰'이 있었다.
 
토론회는 사회자가 두 사람 모두에게 공통질문과 개별질문을 하고, 각 사안에 대해 질의를 주고 받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순서는 공약검증 토론과 주도권 토론, 마무리 발언 순서였다. 
 
그런데 질문을 던지는 데 있어서 30초 제한이 있었다. 즉 자신의 질문 순서가 왔을 때 30초 안에 질문을 마쳐야 하는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마이크는 자동으로 꺼지게 된다.
 
또한 토론회는 무삭제와 무편집이 원칙이라서 돌발상황이 생기더라도 원본 그대로 방송에 내보내는 것으로 되어 있다.
 
문제는 30초룰에서부터 발단이 됐다.
 
두 사람은 각각 기조연설을 먼저 했다. 이어 이 후보의 질문 순서였는데, 이 후보는 30초의 질문시간 동안 질문을 던지지 않았다. 정해진 룰에 따라 마이크는 꺼졌다. 그리고 천 후보의 1분30초 답변시간으로 넘어갔다. 질문이 없었기 때문에 천 후보도 답변할게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그러자 이 후보가 "질문을 하지 않았는데 넘어가면 어떡하느냐"는 취지로 이의를 제기했고, 사회자는 예정대로 30초와 1분 30초의 질문과 대답 방침을 준수해야 한다고 응대했다.
 
이에 이 후보는 불편한 기색과 함께 "이런 식의 진행이면 (토론을) 못하지"라고 말하며 준비한 서류들을 챙기는 행동을 취했다. 천 후보는 멋쩍게 웃고 있었다.
 
주최측에서는 제한시간을 엄격히 지켜야 한다는 입장을 설명했지만 이 후보는 "질문을 마치지 못했는데 발언권이 넘어가면 토론을 계속하기 힘들다"고 맞섰다. 스튜디오에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결국 사회자는 스튜디오 밖에서 모니터를 하던 PD를 호출했고, TV 화면은 잠시 꺼졌다. 몇 분이 지난 뒤 기자가 취재하던 대기실 TV는 다시 켜졌고, 화면에는 사회자를 사이에 둔 이 후보와 천 후보의 모습이 보였다.
 
이 후보는 "그럼 편집하고 다음 장면부터 이어달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사회자는 30초를 준수해 질문을 처음부터 해달라고 말했고, 이어 녹화는 재개됐다.
 
그렇게 토론회는 끝났지만 통합진보당이 문제제기를 하고 나섰다. 이정미 대변인은 6일 논평에서 "선관위 주최의 후보토론회는 녹화 후 무편집으로 나가는 것이 법규상으로 규정되어 있다"며 "그럼에도 법규를 무시하고 자신에게 유리한 편집을 당당하게 '요구'할 수 있다는 것이 놀랍다. 과연 이명박 정권창출의 주역으로 음으로 양으로 활동했던 '왕의 남자' 다운 '패기'가 넘친다"고 비판했다.
 
그러자 이재오 후보측은 "양 후보(이재오 후보, 천호선 후보)의 동의를 존중하여 선관위의 결정으로 재녹화를 한 것이기에 법적, 절차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며 "통합진보당측의 문제 제기는 이슈를 만들기 위한 억지주장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이 후보 측은 "이번 토론회는 선거법에따라 선관위 주관으로 이뤄졌다"며 "'편집'은 선거법 상 있을 수 없는 행위이며 '재녹화' 역시 상대방의 동의와 해당 토론회를 주관하는 선거관리위원회의 동의 없이는 불가능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와 관련 은평구선거방송토론위원회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두 후보가 편집을 하고 넘어가는 것으로 합의를 했다"며 오는 7일과 9일 TV방송에서는 편집된 분량이 나간다고 밝혔다.
 
그러나 "논란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한다"고 말해 양측 간에 벌어지고 있는 신경전이 불가피했음을 알 수 있게 해줬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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