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순욱기자] 숱한 비판에 시달리면서도 임기를 향해 달리던 조현오 경찰청장(56)이 마침내 사퇴를 표명했다. 임기 4개월을 남겨놓은 시점이다.
임기동안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 고발, 실적위주 평가로 인한 양천경찰서 고문사건 등 숱한 난관에도 꿋꿋하게 버티던 그가 수원에서 발생한 성폭행 살인 사건의 미흡한 대처로 인해 중도낙마한 것이다.
이 때문에 어차피 차기 경찰청장을 물색하여 새로 임명해야 하는 청와대로서는 '손 안대고 코 푸는 격'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조 청장은 9일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피해자의 명복을 빌고 유족에게 깊은 애도를 표하며 용서를 구한다"며 "이 모든 책임을 지고 제가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조 청장의 사표를 수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조 청장의 임기는 원래 올해 8월30일까지다. 따라서 청와대는 어차피 후임 경찰청장을 물색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가장 강력한 후임자로는 '영포라인'으로 통하는 이강덕 서울경찰청장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해라는 점을 감안하면 확실하게 믿을 수 있는 인사를 경찰청장에 앉힐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더구나 경찰청장을 바꿔야 한다면 어차피 하루라도 빨리 교체해서 임기 마지막 해 친정체제를 다지는 게 나은 상황이다.
이같은 상황을 고려하면 조 청장의 사퇴는 예상치 못하게 다가왔지만 청와대로서는 오히려 반가운 상황인 것이다.
더구나 조 청장이 신속하게 책임을 지고 사퇴함에 따라 수원 성폭행 살인사건 '불똥'이 청와대로까지 튀는 것을 조기에 차단할 수 있는 이점도 있다.
후임 경찰청장으로 강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이 서울경찰청장(50)은 이 대통령의 고향인 경북 영일군 출신으로 대구 달성고를 졸업하고 경찰대 1기를 수료했다.
현 정부 들어 민정수석실 공직기강팀 팀장에 이어 대통령실 치안비서관을 지내고 경북청 차장, 부산청장, 경기청장을 거쳐 서울청장을 맡고 있는 등 승승장구하고 있다.
한편 수원에서 발생한 성폭행 살인사건에 대해 통합진보당은 이날 논평을 내고 "이명박 대통령은 민간인 불법사찰을 포함하여 민생치안보다 권력안정에만 힘을 써왔던 지난 4년 총체적 부실에 대해 국민 앞에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통합진보당은 이어 "오늘 이 대통령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경찰 시스템의 문제보다는 국민의 생명을 지키겠다는 의지와, 정신력, 책임의식을 강조했다고 하는데 과연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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