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하늬기자] "블랙리스트요? 그거하지 마세요. 뭐하러 비싼 돈주고 기기값을 다줘요. 통신사에서 사면 단말할인 다 되는데..."
10일 찾은 용산의 한 휴대폰 대리점에서 직원은 '블랙리스트' 문의에 부정적으로 반응했다.
이 직원은 "정부가 효용성도 없는 블랙리스트 제도를 왜 하는지조차 모르겠다"며 "소비자들이 안 찾을텐데 (제도 시작하기 위해) 대비할 필요성을 못느낀다"고 말했다.
5월부터 시작되는 블랙리스트 제도(단말기 지급제도) 시행이 20여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통신사나 대리점 제조업계 등에서는 관망하는 입장이다.
블랙리스트 제도는 휴대전화 단말기와 이동통신사를 각각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제도다.
◇ 대리점·통신사..블랙리스트 '부정적'
먼저 대리점 반응은 시큰둥하다.
서울시 중구의 한 대리점 직원은 "블랙리스트 잘 모르겠다"며 "5월부터 한다고는 하는데 아직 본사에서 아무런 공지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른 대리점 직원은 "어차피 소비자들이 보조금 없이 휴대폰을 살리가 없는데 제도가 도입돼도 별 차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통신사의 반응도 부정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통신사 관계자는 "통신사나 대리점 입장에서는 블랙리스트가 큰 이익을 볼 것이라 보지 않기 때문에 '부정적'으로 보는게 맞다"고 밝혔다.
이어 "솔직히 블랙리스트 성공률은 1%도 안된다"고 본다며 "기기값이 떨어지지 않는 한 블랙리스트는 실패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처럼 휴대폰 가격이 비싼 상황에서는 이 제도가 실효성이 없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통신사 관계자는 "이미 중고폰 사이트 등에서 하나도 안쓴 공기계를 저렴한 가격으로 내놓은 휴대폰이 많다"며 "소비자는 출고가보다 더 비싼 기기를 구매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LTE폰의 경우 통신3사 주파수가 달라서 연동이 어렵기 때문에 결국 통신사와 연동된 휴대폰을 구매해야 한다.
특히 LG유플러스의 경우 3G를 지원하지 않고, 유심자체가 없기 때문에 논외로 봐야한다.
현재 통신3사 가운데 블랙리스트를 대비한 구체적인 요금제를 제시한 곳은 없다.
또 정부가 요금할인제도 개선안을 내놓는다 해도 통신사에서 할인해 줄 유인이 없다는 게 문제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솔직히 통신사 입장에서는 기기까지 가져오면 단말기 보조금 등을 챙겨주지 않기 때문에 혜택이 줄 수도 있다"며 "문제는 이 손님이 한달 후 해지할 수도 있기 때문에 통신사는 또다시 '약정' 조건을 걸고 할인을 해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약정에 묶여 블랙리스트를 원하는 소비자는 다시 또 약정의 족쇄를 찰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 제조사 "특별한 준비는 없어..방통위 권고에 따를 것"
제조사에서도 제도 도입을 앞두고 특별한 준비 없이 통신사와 정부 눈치를 보고 있다.
제조업계 관계자는 "블랙리스트에 대해 특별히 준비하는 것은 없다"며 "지금으로서는 실질적으로 큰 이득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단말기 가격을 한번에 다 지불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테니 제도가 시행돼도 소비자들이 느끼는 비용에는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며 "지금도 피처나 보급폰을 내놓고 있는 만큼 시장경제에 맞추겠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기업 입장에서 정책이 나오면 검토를 해야 진행이 될 것"이라며 "방통위의 시행권고 대로 따르겠다는 말 밖에 할 수 없을 것 같다"고 밝혔다.
또다른 제조업계도 "제도가 시행된다고 방통위에서 말하듯이 요금과 단말기 가격이 갑자기 저렴해지는 것이 쉽게 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방안으로 외산 단말기나 저가폰 제조가 있지만 요즘 소비자들의 기술적응력이 뛰어난데 저가폰 시장이 따로 존재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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