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류하는 통합진보당, 시련의 5월 맞다
비례대표 부정선거 확인돼..파문 일파만파로 번져
2012-05-02 12:29:40 2012-05-02 12:30:11
[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부정선거 파문이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진상조사위원회는 2일 "총체적 부실·부정선거가 있었다. 당의 근본적 쇄신이 불가피하다"며 부정이 자행됐음을 시인했다.
 
진상조사위원장을 맡은 조준호 공동대표는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지난달 12일 공동대표단 회의 결정에 따라 구성된 진상조사위원회의 조사결과를 공개했다.
 
조 대표는 "정상적인 선거를 진행할 수 없는 상황에서 선거를 강행해 사태를 야기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사무총국에 일차적인 책임이 있다"며 "지역선관위와 선거사무원, 그리고 이를 묵인 방조 또는 방치한 단위도 그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발표했다.
 
조 대표는 이어 "투표라는 중요한 의사결정에 필요한 시스템을 사전에 충분한 검증없이 사용하여 투표가 중단되는 사태를 초래하였고, 이로 인해 잘못 표기된 데이터를 초기화 하는 등의 사례는 선거 결과에 대한 신뢰성을 상실하는 결과로 나타났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통진당 비례경선.. 무엇이 문제였나
 
통합진보당의 비례대표 후보자 선출 경선은 ▲사무행정상의 오류 ▲현장투표 부정선거 ▲온라인투표 부실관리 등의 문제점을 노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통합진보당 사무총국은 부실한 당원관리(입당·탈당 및 당권 인정여부)로 단초를 제공했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관리 능력 부족이라는 기본적 한계를 노출했다.
 
진상조사위는 또 적정한 조건과 능력을 갖추지 못한 업체와 온라인투표 수의 계약을 하고, 선거관리위원이 아닌 사무총국 직원의 임의적 판단과 지시에 따라 프로그램과 데이터를 수정하는 등 전체적으로 공정성을 보장할 수 없는 선거가 진행되도록 방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장투표의 경우 누차 지적된 것처럼 중앙선관위의 엄격한 통제가 없는 가운데 지역 투표소 선거사무원의 양심과 민주노동당 시절 행해졌던 관행에 의존해 현장투표가 진행돼 문제를 키웠다.
 
현장투표소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다수의 투표소에서 대리투표, 참관인 부재, 선거인단과 투표용지 불일치 등 다양한 형태의 부실·부정행위가 발견됐다.
 
온라인투표에서는 투표 중간에 시스템 수정이 불가하지만 소스코드를 열어보는 것과 같은 심각한 문제점을 노출했다. 한 마디로 선거기간에 투표함을 열어본 것이라는 평가다.
 
진상조사위는 이와 관련해 부득이 수정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는 엄격한 통제와 철저한 관리를 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수행되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다.
 
아울러 수차에 걸친 프로그램의 수정은 투표함을 여는 행위와 같은 의혹을 불러일으켰고, 여기에 기표오류를 수반한 결함도 발생해 사태를 악화시켰다. 투표 중단 및 투표데이터를 직접 수정하는 등 온라인 투표 결과에 대한 신뢰성을 잃었다는 것이다.
 
진상조사위는 특히 비례경선에 앞서 실시된 청년비례대표 투표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문제제기가 있었음에도 사전에 개선되지 않고 오류를 반복한 것에 주목했다. 단순한 실무착오나 기술적 문제 수준을 넘은 심각한 선거관리 부실사례라는 주장이다.
 
진상조사위는 또 동일 IP에서 집단적으로 이루어진 투표행위에서는 대리투표 등 부정투표 사례가 확인되기도 하였다고 전해 충격을 안겨줬다.
 
◇도덕성에 심각한 타격.. 통진당 앞날은?
 
조준호 공동대표는 "조사결과 이번 비례대표 선거가 정당성과 신뢰성을 잃었다고 판단하기에 충분하다"며 "책임소재가 분명한 사안에 대해서는 당기위원회 회부 등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를 바탕으로 전체 당원과 국민이 수용할 수 있는 재발방지 대책 및 당 쇄신안이 제시되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진상조사위가 결과를 발표했지만 사태는 좀처럼 진정국면으로 접어들지 못하고 있다. 관악을 야권단일후보 경선에서 이정희 공동대표의 여론조사 조작을 꾀한 문자메시지 사태에 이어 그야말로 통합진보당의 도덕성에는 심각한 타격이 가해졌으며, 앞날에도 비상이 걸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당권파의 패권주의를 줄곧 문제삼아 온 비주류측이 이번 결과발표에서 쇄신안 제시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볼 때, 사실상 비례대표 1, 2, 3번 당선자의 사퇴를 촉구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경기동부연합의 몸통으로 지목돼 온 이석기 당선인을 비롯한 당권파는 의원직을 사퇴할 뜻이 없다고 맞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향후 심각한 내홍을 예고하고 있다.
 
통합진보당으로서는 이 문제와 관련해 패권주의 척결을 주창하고 있는 당원들의 이해와 국민들에 대한 사과를 동시에 해야 하는 어려움과 더불어, 내·외부적으로 검찰수사 압력까지 받고 있는 상황이라 향후 심각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여겨진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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