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미애기자] '파이시티 인허가 로비'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이 현정부 실세들을 잇달아 사법처리하면서 속도를 내고 있다.
사전 구속영장이 청구된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의 경우 파이시티 인허가와 관련된 뒷돈 수수 외에, 다른 기업들로부터 금품을 받은 정황이 포착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특히 'CNK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해 새로운 단서가 나왔다는 관측이 많다.
박 전 차관의 '비자금 관리인'으로 거론되는 이동조 제이엔테크 회장의 자택과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한 서울중앙지검이 4일 'CNK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해 박 전 차관 소환일정을 조율 중이라고 밝힌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검찰은 핵심 인물인 이동조 회장의 귀국을 기다리며, 박 전 차관과 이 회장의 계좌를 추적하는 중이다.
검찰이 이 회장에 대한 조사를 건너뛰고 박 전 차장에게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한 건 이미 계좌추적 등을 통해 이미 정황증거를 확보했다는 의미로도 풀이된다.
'박 전 차관 연루설'이 끊임없이 제기된 'CNK 주가조작' 사건 수사가 이 회장이라는 예상 밖의 소득으로 비로서 답보상태를 벗어날 돌파구를 마련한 셈이다.
특히 이 대목에서 검찰 수사가 대선자금으로 직행할 가능성도 크다.
포항지역의 유지로 이명박 대통령의 형 이상득 의원과 박 전 차관 등 정권 실세들과 오랜 친분을 유지해온 이 회장 계좌를 들여다보면 결국 대선자금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검찰은 그동안 수사대상을 '파이시티'건으로 한정지으면서도 "수상한 대목이 나오면 반드시 확인한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해왔다.
문제는 검찰의 의지다.
임기 말 대선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 이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는 한상대 검찰총장이 외압을 뚫고 수사를 진행할 의지가 있겠냐는 것이다.
한 중수부 출신 변호사는 이를 두고 "단서가 있다면 왜 못하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거의 모든 돈이 현금으로 전달되었을 것"이라며 "계좌를 추적하다 운좋게 '흔적'을 찾을 수 있으면 모르지만, 수사팀이 아무리 의지가 강하더라도 비자금 조성의 흐름을 찾아내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다른 전직 중수부 검사는 "현재 수사 상황의 진척 정도를 정확히 알지 못해 예측이 쉽지는 않다"면서 "다만 기업과 연관된 수상한 정치자금을 찾아냈다고 하더라도 그 자금의 사용처를 파악하지 못한다면 공소유지하기도 힘든 만큼, 뚜렷한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대선자금으로까지 번지는 건 한계가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중수부의 조직논리상 증거가 있다면 끝까지 수사를 할테지만, 과연 그만한 단서들이 있을 지가 문제라는 설명이다.
검찰 안팎에서도 현재 상황으로 봤을 때 대선자금 전체를 겨냥한 수사로 이어지기는 어렵고, 이상득 의원이나 박 전 차관 등 정권실세의 또다른 비리 의혹이나 대선자금의 일부분 정도가 추가로 드러나는 수준일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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