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희 사퇴까지 '충격의 17시간'
당권파 대놓고 옹호.. 대중들 충격 커
2012-05-05 14:05:49 2012-05-05 14:06:03
[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 '충격과 공포의 17시간'.  
 
통합진보당 전국운영위원회가 열린 4일 오후 2시부터 이정희 공동대표가 의장직에서  물러난 5일 오전 7시까지를 설명할 수 있는 한마디다. 
 
"정치적·도의적 책임을 지겠다"던 이정희 대표가 하루 만에 대놓고 당권파의 손을 들어주면서 '충격'이 밀려왔고, "진상조사위의 결과는 잘못됐고 당원들의 명예는 실추됐다"고 끝없이 반복해 '공포'가 연출됐다.
 
회의가 중계된 온라인 방송에, 이정희 대표의 배후에는 경기동부연합이 있다는 소문이 사실인 것 같다는 댓글로 도배가 될 정도였다.
 
특히 대중정치인으로 큰 사랑을 받아 온 이정희 공동대표가 "조사보고와 관련해 혹시 당원들의 억울함이 있을 수 있지만, 지금은 국민의 눈높이에서 생각할 때"라는 비당권파의 호소를 철저하게 외면해 생방송을 지켜보던 시민들과 당 안팎을 놀라게 했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당권파가 미리 이석기 당선인 등 사퇴가 거론될 수 있는 문제는 무시하고, 진상조사 자체를 물어 뜯어 물타기하는 전략으로 임한 것이란 평가를 하고 있다.
 
◇이정희·우위영, 유시민·조승수·강기갑 등 불만에도 '앵무새' 변명 일관
 
이정희 공동대표는 4일 저녁과 5일 새벽 운영위원들이 "진상조사 보고서에 대한 문제제기는 종결하고, 토론을 거쳐 표결로 넘어가자"고 아무리 애원해도 "아직은 그럴 상황이 아니다"며 수시간 같은 말을 되풀이 했다.
 
이는 사회를 보는 의장의 역할을 망각하고 자신의 생각이 위원들의 생각과 다름으로 표결을 하지 않겠다는 것에 불과하다는 위원들의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
 
하지만 이 대표는 "이 문제는 만장일치가 필요한 상황"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럼 어떻게 진행할 것이냐고 묻자 엉뚱한 대답을 내기도 했다. 운영위 일각에선 "필리버스터(합법적·계획적인 의사진행 방해행위)도 아니고 뭐냐"는 분통이 터져 나왔다.
 
이에 유시민 공동대표는 작정한 듯 굳은 얼굴로 이 대표에게 "표결을 안 하고 싶으신 것 같다"며 "진보통합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참여당 합류에 반대가 많았다. 당 대표로서 민노당 이정희 대표와 깊은 신뢰를 갖고 임해 여기까지 왔고, 한 당을 하게 됐다. 이 순간 하등 후회가 없고, 가장 잘한 일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털어놨다.
 
그렇지만 유 대표는 "툭 터놓고 말씀드리자면 당이 어려워졌고, 여러 문제가 생겼다"며 "그 문제가 진상조사 보고서 만큼 심각하든 아니든, 우리는 지금 국민들께 버림받을 위기에 처해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이 문제를 푸는 출발점은, 이유를 불문하고 지금까지 당을 맡고 책임진 분들이 놓아야 한다. 버려야 한다"며 "그렇지 않고서는 모두 함께 살아날 길은 없다. 책임을 맡아 온 분들이 책임을 놓아야 새 길이 나온다. 의장께서 회의규칙에 따라 진행하길 요청드린다"고 호소했다.
 
조승수 의원 역시 "회의진행과 관련한 독단과 독선이 정말 지나치다"며 "정말 민망스러운 (조사보고서에 국한된) 질의와 답변이 이어지고 있다"고 분노했다.
 
조 의원은 "사회권을 넘기시던지, 명확하게 어떻게 진행을 해서 처리하겠다고 얘기를 하시라"며 "본인의 주관적으로 판단했을 때 이 표결이 가져올 영향이 크기 때문에 표결에 부칠 수 없다고 얘기하는 것은 정말 지나친 독단"이라고 맹비난했다.
 
그러자 당권파 핵심으로 알려진 우위영 대변인이 "의장의 사회권에 대해 거론하는 것은 과도하다. 아직 더 많은 진실이 밝혀져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과도하게, 무리하게, 조급하게 처리하려고 하는 의도가 이해가 안 된다"고 맞섰다.
 
우 대변인은 "저희에게 민주주의의 절차를 지키라고 말하시는 분들은 상식을 안 지키는 것"이라며 "날치기에 가까운 처리로 가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 깊이 반성하시라"고 도리어 훈계했다.
 
우 대변인은 "보고서가 당원들의 명예를 심각히 훼손하고 있다"며 "우리를 초토화시킨 분이 누구냐. 조준호 대표의 진상조사 보고는 잘못이다. 그분들이 사과하면 우리의 명예회복은 된다. 그것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여기서 눈에 띈 점은 우 대변인이 "오늘 이것(비례당선자 사퇴 등에 관한 논의)이 만약 처리되야 한다면 당원 총투표로 해야 한다"고 말하자 참관을 하던 당원들 대부분이 큰 박수와 함께 환호를 보낸 것이다.
 
우 대변인은 신이 났는지 "지금 이 방송을 보는 당원들은 각자의 피해사례를 알려달라"며 "우리는 이런 것들을 공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모습에 한동안 말이 없던 강기갑 의원이 일어나 "오늘 당권파니 하는 이런 말을 정말 하고 싶지 않았다"며 "그런데 정말 지금은 내려놓아야 할 때라고 본다"고 일침을 가했다.
 
강 의원은 이정희 대표를 향해 "지금이야말로 포기할 때는 포기하고, 죽을 때는 죽어야 한다"며 "그것이 통합진보당의 새 싹을 틔우고, 회생을 시킬 수 있는 용단이자 결단이다. 정중하게 간곡하게 부탁을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이정희 대표는 달라진 모습 없이 몇차례 정회를 선포하고 대표단회의로 자리를 비우더니, 별다른 합의점을 찾지 못한 듯 "의장직을 사퇴한다"며 자리를 떠났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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