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역시 이명박 정부도 임기 말기엔 역대 정부와 다를 바 없었다.
대통령 임기 말이면 나타나는 '위원회 공화국'의 행태가 현 정부에서도 되풀이하고 있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시절 위원회를 대폭 줄여 효율적인 정부를 만들겠다며 호언장담해 실망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9일 국회와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해 6월말 기준 대통령, 국무총리, 정부부처 산하에 설치된 정부위원회는 499개에 달하며 소속 자문위원 등 위원의 수는 1만2000명에 이른다.
지난 2008년 2월 이명박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노무현 정부를 '위원회 공화국'으로 평가하며, 579개에 달하는 위원회를 300개 넘게 줄여 작고 효율적인 정부를 만들겠다고 한 약속에 비하면 터무니 없는 규모다.
처음 출발은 나쁘지 않았다. 2009년말까지 각 부처 산하 164개의 위원회를 폐지한 반면 실설된 위원회는 49개에 그쳤다. 그 결과 위원회 수는 2009년 6월에 461개, 2010년 6월에 431개로 줄어들었다.
그러나 정권말로 갈수록 계획은 물거품으로 변해 갔다. 2011년 6월 499개로 다시 불어난 위원회는 이후에도 폐지보다는 신설소식이 더 많은 상황이다.
지난해 8월에는 후쿠시마원전 사고를 핑계로 대통령 직속 원자력안전위원회를 신설했고, 교육과학기술부 산하에는 지난해 7월에 대학구조개혁위원회, 10월에는 국립대학발전추진위원회를 추가했다.
교과부는 또 올 1월에 한국교원대학교 구조개혁방안을 심의하기 위해 교원양성대학교발전위원회도 신설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저출산·고령화 등 장기과제를 다루겠다며 모든 정부부처 장관급 인사와 민간위원이 대거 참여하는 중장기전략위원회를 신설했다.
2008년 이후 정부가 2년마다 위원회 정비계획을 세워 위원회 수 줄이기에 나서고 있지만, 계획과 현실이 너무 상반된 결과를 보이고 있다.
위원회 정비를 위한 정부의 의지 부족도 심각한 상황이다.
위원회 정비를 책임지고 있는 행정안전부는 9일 현재 부처별 위원회 현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행안부 관계자는 "매년 6월말마다 각 부처에 위원회 현황을 점검하고 있다"며 "2011년 6월 기준 이후의 통계는 현재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행안부 관계자는 "대부분의 위원회는 자문위원회로 회의 한번 하면, 수당이나 의전을 조금 제공하고 의견을 듣는 수준이어서, 정부조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정부가 공무원 관리하듯이 관리하지는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행안부는 정부 위원회를 신설할 경우 반드시 행안부와의 사전 협의를 거치도록 규정을 개정했다.
정부 위원회와 함게 부처 조직도 정권말 들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작은정부'를 만들겠다며 조직을 축소하고, 공무원을 대거 감축했던 정권 초기의 다짐을 무색케하는 결과다.
기획재정부는 올 초 중장기전략위원회 신설에 발맞춰 장기전략국을 덩달아 신설했으며, 국장급 단장으로 팀원 6명으로 구성된 협동조합기획단도 신설했다. 연말에는 이를 정식 국으로 전환해 인력을 보강하겠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지식경제부는 중견기업 육성을 명분으로 이미 다른 실국에 배분돼 있는 업무를 끌어 모아 중견기업국을 신설했으며, IT산업 육성을 이유로 소프트웨어융합국을 신설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국토해양부는 지난 3월에 해외건설지원과, 녹색건축과, 해양영토과, 새만금개발팀 등 4개 과를 새로 만들었다.
익명을 요구한 민간연구소 관계자는 "위원회나 조직을 늘리는 것은 정권말에 힘이 빠지면서 감시와 감독의 눈길이 약해졌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볼 수 있다"며 "자리가 늘어날 수록 출신인사들을 챙기기도 쉬운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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