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 강창희 국회의장은 2일 "정치가 정말 위기에 처해있다"며 "이제 더 이상의 변명과 구실은 통하지 않는다. 저를 포함한 모든 정치인들이 통렬하게 반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선출된 강 신임 의장은 19대 국회 개원식 개원사를 통해 "말이 아니라 하나씩 구체적으로 실천하면서 국민의 신뢰를 다시 쌓아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강 신임 의장은 "국가발전과 민생안정에 모든 초점을 맞추고, 다수당은 대승적으로 양보하고 소수당은 비판적으로 협력하는 지혜를 발휘해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는 이어 "대한민국이 명실상부한 선진국으로 인정받는 데는 아직 두 가지가 많이 부족하다"며 대화와 타협의 문화와 신뢰의 가치를 꼽았다.
다음은 강 신임 국회의장 개원사 전문.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국회의원 여러분
양승태 대법원장, 이강국 헌법재판소장
김황식 국무총리, 김능환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을
비롯한 내외귀빈 여러분.
오늘 우리는 19대 국회의 개원을 맞이했습니다.
이런 뜻 깊은 자리에서 의장으로서 개원사를 하게 된 것을
저는 무한한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자리에 계신 의원 여러분의 당선과 새로운 출발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의원 여러분께서 품고 계신 큰 이상과 포부가
국리민복의 좋은 결실로 이어지기를 진심으로 기대합니다.
우리는 지난 선거과정에서 국민 여러분으로부터
많은 질타를 받았습니다.
"제발 싸우지 마라"는 분도 계셨습니다.
또 "부정부패를 하지마라"는 말씀도 있었습니다.
"우리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달라"는 충고도 많이 받았습니다.
정치인의 한사람으로서 많이 부끄러웠고 죄송한 마음이었습니다.
그리고 다시는 이런 말씀을 듣지 않도록 하겠다고 다짐도 많이 했습니다.
새로운 정치를 하겠다는 각오로
18대 국회는 그 마지막 결실로 국회선진화법을 제정했습니다.
그러나 국민의 기대와는 달리 19대 국회를 개원하는데
무려 한 달 가까운 시간이 걸렸습니다.
국회의원의 한 사람으로서 그리고 의장으로서 참으로 면목이 없습니다.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를 드리고 용서를 구합니다.
우리 정치가 정말 위기에 처해있습니다.
이제 더 이상의 변명과 구실은 통하지 않습니다.
저를 포함한 모든 정치인들이 통렬하게 반성해야합니다.
말이 아니라 하나씩 구체적으로 실천하면서
국민의 신뢰를 다시 쌓아 가야합니다.
국가발전과 민생안정에 모든 초점을 맞추고
다수당은 대승적으로 양보하고
소수당은 비판적으로 협력하는 지혜를 발휘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래서 우리 정치가 이번에는 변하고 있고
또 반드시 변할 것이라는 희망을
국민 여러분께 드릴 것을
간절하게 호소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우리는 올해로 헌정 64주년을 맞이했습니다.
돌이켜보면 우리의 헌정사는 세계에 자랑할 수 있는
도전의 역사이며 성공의 역사입니다.
우리는 많은 희생을 치르면서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받아들였고 또 지켜냈습니다.
선배들의 희생과 헌신 덕분에
1948년, 대한민국 성공역사의 첫 출발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에서 이제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 되었습니다.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나라로 바뀌었습니다.
또 우리는 민주화를 이루었습니다.
이제 평화적인 정권교체가 상식이 되었고 지방자치도 성숙 단계에 접어들었습니다.
우리는 우리 헌정사가 이룬 도전과 성공의 역사를 더 꽃피우고
후세에게 계승해야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선배님들에게 감사와 존경을 보내듯이
우리 또한 후배들로 부터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을 물려준 선배로 평가받기를 기대합니다.
2차대전 이후 일본과 아일랜드 두 나라가 선진국에 진입했습니다.
그리고 세 번째로 선진국에 진입할 나라로
대한민국을 꼽는데 누구도 이의를 달지 않습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이 명실상부한 선진국으로 인정받는 데는
아직 두 가지가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는 대화와 타협의 문화입니다.
대화와 타협이 이루어져야 민주주의가 정상적으로 작동합니다.
우리 국회가 바로 대화와 타협의 모범이 될 때
우리 사회의 토론문화, 시위문화도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하나는 신뢰가치입니다.
신뢰가치는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자산이지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절대가치입니다.
국민이 정부를 믿고 사회구성원 상호간의 신뢰수준이 높은 나라가 바로 선진국입니다. 그래서 신뢰가치는 우리가 앞으로 축적해야할 가장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이 두 가지가 이루어진다면 우리 대한민국은 세계로부터
존중받는 나라가 되고 우리 국민은 세계인의 사랑을 받을 것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의원 여러분
지금 대한민국이 직면한 국내외 환경이 어렵습니다.
먼저 국내외 정치환경과 경제환경이 불안정합니다.
우리는 12월에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습니다.
미국, 중국 등 주요 국가들이 정권교체기를 맞고 있습니다.
또 중동의 정세도 많이 불안합니다.
한미 FTA가 발효되고, 한중일 FTA가 추진되면서
우리 경제에 대한 외부환경의 영향력은 날로 커지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유럽의 재정위기가 좀처럼 진정되지 않고 있습니다.
중국이 세계 초강대국으로 부상하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적 역학구도도 크게 변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서해가 강대국의 각축장이 되고 있습니다.
동북아의 안보환경이 급변하고 있는데 남북관계의 돌파구는 보이지 않습니다.
6자회담이 성과를 내지 못하는 가운데 북한은 헌법에 핵보유국이라고 명시했습니다. 전문가들은 3대세습이 불안정해질수록
한반도의 안보위기는 더욱 고조될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나라 안의 사회경제적 환경도 결코 만만치 않습니다.
산업구조의 전환기를 맞았지만 아직 이렇다할 대안을 찾지 못했습니다.
양극화로 서민들의 삶이 많이 어렵습니다.
청년실업문제는 인내의 한계점에 달했습니다.
국가부채와 공공부채, 지방정부의 부채규모도 눈덩이처럼 불어났습니다.
이렇게 급변하는 시대에
수많은 난제를 안고 있는 대한민국입니다.
이때에 우리 국민들께서 19대 국회에 바라는
모습은 무엇이겠습니까?
국민들은 우리 국회가 민생의 무거운 짐을 지고
어렵게 살고 있는 서민들이 마음을 붙이고 의지할 수 있는
희망의 언덕이 되어주기를 염원하고 계실 것입니다.
또 우리 국회가 국가비전의 산실이 되고
우리 의원 한 분 한 분이 국가 전략가가 되어 주시기를 소망하고 계실 것입니다.
여와 야가 치열하게 토론하고 경쟁하지만
국가공동체의 이익 앞에서는 언제나 하나가 되는
든든한 국회를 기대하고 계실 것입니다.
우리는 이 염원에 부응해야할 책임이 있습니다.
첫째 서민의 삶을 챙기고 나라의 미래 비전을 제시해야 합니다.
민생이 곧 민심입니다.
꿈꾸고 도전하는 사람에게 미래가 있습니다.
민생현장의 절실한 요구를 법안과 정책, 그리고 예산에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반영해야합니다.
또 10년, 20년 뒤 우리나라를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갈 것인지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해야합니다.
그리고 사회적인 약자를 보호하고 청년에게 희망을 주는 데 힘을 모아주십시오.
의원 여러분께서 사회각계의 지혜를 국회로 모으고 밤을 새워 토론하며 정부를 앞에서 이끌어주시기를 바랍니다.
둘째 국회가 준법의 전당이 되고 국회의원은 시민의 모범이 되어야합니다.
법을 만드는 국회가 법을 지키지 않는다면 어떻게 법치국가가 될 수 있겠습니까?
우리는 여야합의로 국회선진화법을 통과시켰습니다.
의원 여러분께서 더 높은 책임감을 갖고
국회선진화법을 꼭 성공시켜주시기를 당부드립니다.
국가부채가 날로 늘어가는 이때에 국회가 먼저 절약의 본보기를 보입시다.
국회의원 한 분 한 분이 내 살림을 하듯이, 내 기업을 경영하듯이 나라살림을 챙기고,
아무리 사소한 법규라도 꼭 지키는 시민의 모범이 되어 주시기를 바랍니다.
셋째 국회가 국민 통합과 민족 통일의 중심적 역할을 해야 합니다.
이제 지역갈등과 대립은 점차 완화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수도권과 지방의 갈등, 계층, 세대, 이념의 갈등은 더욱 심화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갈등을 해소하고 국민 역량을 하나로 모으는데 국회가 앞장서야합니다.
통일이 이제 현실의 문제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통일은 여야의 문제가 아닌 민족의 문제입니다.
이제 우리 국회가 앞장서서 다가오는 통일에 대해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차질없이 준비해야합니다.
의원여러분께서는 참으로 어려운 선거를 치르시고 당선의 영광을 얻으셨습니다.
다시 한번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그러나 이제 고생의 끝이 아니라 다시 고행의 시작입니다.
19대 국회, 4년의 임기는 국민을 위해 희생하는 공익복무의 시간입니다.
특권은 없고 헌신과 고뇌만 있는 '일 하는 국회상'을 함께 만들어 나갑시다.
대한민국 국회의원으로서 해야 할 일은 반드시 해내고
해서는 안 될 일은 절대로 하지 않는 용기와 절제를 발휘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사막을 건너는 것은 용맹한 사자가 아니라 우직한 낙타'라고 합니다.
우직한 낙타처럼 헌법과 법률 그리고 국민의 상식을 나침반으로 삼아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걸어 나갑시다.
그러면 멀지 않아 나라 일을 제대로 했다는 자부심과
국민으로 부터 사랑을 받았다는 자긍심으로
그 큰 노고에 보상 받으실 수 있을 것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그동안 우리 정치는 국민 여러분께 많은 걱정을 끼쳐드렸습니다.
그러나 절대 희망의 끈을 놓아서는 안됩니다.
앞으로도 국민 여러분께서 더 많은 성원과 거침없는 질타를 해주시기를
진심으로 부탁드립니다.
이번이 국민 여러분의 사랑을 받을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겠습니다.
그리고 우리 19대 국회 의원님들과 함께
나라에는 품격을 국민에게는 희망을 상대당에게는 존경을 자신에게는 자부심을 주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국회를 반드시 만들겠습니다.
우리 모두 혼신의 자세로 노력합시다.
저부터 앞장서서 뛰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12년 7월 2일
국회의장 강 창 희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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