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문경미기자] 지난해 매출 1000억원을 달성한 벤처기업의 수가 381개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이는 전년인 2010년 보다 66개 늘어난 수치며, 이중 신규로 ‘벤처천억기업’에 진입한 기업은 87개였다.
중소기업청과 벤처기업협회는 9일 오전 서울 역삼동 르네상스호텔에서 ‘2012 벤처천억기업 기념식’을 열었다.
송종호 중소기업청장은 이날 행사에 앞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2005년 조사 당시 68개 불과했던 벤처천억기업이 올해 381개를 기록했다”며 “벤처붐이 꺼졌던 당시, ‘벤처어게인’ 정책을 통해 벤처의 구조 개선에 역점을 뒀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당시 (벤처기업을 포함한) 중소기업들의 대기업에 대한 납품 의존 비율은 67%에 달했지만, 창업·벤처 정책 시행 이후 현재 45%로 낮아졌다”며 “이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구조가 건전하게 발전한 것은 물론, 대기업만이 아닌 해외 수출을 통한 독립 전문기업들이 등장했음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벤처천억기업의 총매출액 합계는 77조8000억원으로, 전년 65조4000억원과 비교해 19.0%(12조4000억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벤처천억기업의 매출액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전년도 5.58%에서 6.29%로 증가했다.
◇일반 中企보다 우수한 성장성
벤처천억기업의 평균 매출액은 2042억원으로 전년(1818억원) 대비 12.3% 증가했으며, 이는 일반중소기업의 평균 성장률인 9.2%보다 높지만, 대기업 14.3%보다는 낮다.
매출액 상승 상위 5개사에는 파인텍(293.8%, 360억원 →1417억원), 휴롬엘에스(주)(244.1%, 351억원 → 1209억원), 우리이앤엘(주)(214.0%, 816억원 → 2562억원), 엘앤에프신소재(201.7%, 448억원 → 1352억원)
테라세미콘(123100)(198.8%, 468억원 → 1397억원) 등이 이름을 올렸다.
또 이들의 평균 영업이익은 154억원으로 전년 147억원에 비해 4.8%(7억원) 증가했고,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은 7.5%로 일반중소기업(5.4%)은 물론, 대기업(5.4%) 보다 높게 나타났다.
업종별로는 정보통신과 방송서비스 및 소프트웨어 개발 업종의 매출액과 영업이익, 순이익 등이 성과가 두드러졌으며, 총자산 증가율은 17.1%로 일반중소기업(8.7%), 대기업(8.3%)에 비해 각각 약 2배 이상씩 높았으며, 총자산 1조원 이상도 6개사에 달했다.
남민우 벤처기업협회장(
다산네트웍스(039560) 대표)은 기자간담회에서 “벤처천억기업의 결과를 두고 재벌그룹과 비교하면 재계순위 6위로 올라선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며 “특히 정보통신 방송서비스 업종의 높은 증가는 정부가 공공조달시장의 문을 열어준 것이 유효한 결과를 이끌어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기계·제조·자동차 업종 등 FTA 수혜
벤처천억기업에 이름을 올린 기업들을 보면, 업종별로는 기계·제조·자동차 업종(119개사, 46.9%↑)과 컴퓨터·반도체·전자부품 업종(92개사, 26.0%↑)이 FTA 등에 힘입어 큰 폭으로 증가했다.
또 정부의 정책적 수혜에 힙임어 녹색기술분야 업체의 경우 전년대비 2배 이상 증가(38개 → 85개사)했다. 세부 분야별로는 그린IT(48개사), 신소재(14개사), 신재생에너지(10개사) 순으로 집계됐다.
이들이 창업 후 천억원을 돌파하는 소요 기간은 평균 16.1년으로 전년 15.2년보다 약 1년이 증가했다.
지난해 매출액 1053억원을 기록하며 올해 벤처천억기업에 이름을 올린 유현오 제닉 대표는 “회사 설립 이후에는 R&D 투자가 절반 이상이었지만, 이후 제조를 위한 생산시설에 대한 투자 균형을 잘 맞추는 것이 중요했다”고 매출 천억 달성의 과정을 설명했다.
남민우 벤처협회장은 “천억 돌파 평균기간이 늘어난 것은 일반적으로 장기적인 노력이 필요한 일반제조업의 비중이 증가했기 때문”이라며 “동종 업계 내의 경쟁심화 등도 원인이 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 중에는 R&D 투자 등 다양한 혁신적인 노력을 통해 5년 이내에 천억원을 돌파한 기업도 6개나 있었다. 파인텍, 한국실리콘, 우리이앤엘, 넥스플러스, 서한이앤에스. 실리콘마이터스 등이 이들이다.
특히 고성장(가젤형 : 3년 연속 매출 성장률 20% 이상) 벤처는 전년 42개사에서 올해 49개사로 16.7% 증가했으며, 평균매출액은 2335억원이었다. 이들의 경우 영업이익이 일반 벤처천억기업보다 3.5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셀트리온은 고성장 벤처천억 기업 중 R&D 투자 비중 1위로, 2002년 설립한 이후 꾸준히 투자 비중을 늘리며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났다.
◇매출 1조 기업에 NHN, 삼동 이름 올려
NHN(035420)은(1조4400억원)은 4년 연속 매출 1조원대를 유지했으며, 삼동(1조600억원)이 이번에 신규로 포함됐다. 전년도 1조 매출 기업이었던 디에스(8600억원),
태산엘시디(036210)(3700억원)가 제외돼 1조벤처 수는 2개로 감소했다.
이번에 새롭게 이름을 올린 삼동의 김주흠 부사장은 “세계 제1 제품을 만들지 못하면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인간 중심의 경영으로 고전도 무산소동이란 기술 개발에 성공해 고품질 권선용 코일(Winding wire)을 만들어낸 것이 매출 1조를 이끈 비결”이라고 밝혔다.
◇중기청, 벤처창업 활성화 등 5대 분야 지원
한편 중기청은 앞으로 벤처창업 활성화와 벤처천억클럽 진입 촉진을 위해 5대 분야에 정책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벤처창업 및 창업초기벤처의 성장 촉진 ▲M&A 활성화 여건 조성 ▲FTA 활용 및 글로벌 진출 지원 ▲R&D 지원규모 확충 및 성장 유망분야 지원 확대 ▲실패 벤처기업인의 원활한 재도전 환경 구축 등이다.
송종호 중소기업청장은 “하반기에 미국과 함께 코러스(KORUS) 펀드를 조성해 미국 실리콘밸리나 보스턴, 샌디에이고 생명공학 단지 진출 기업에 도움을 주겠다”며 “그동안은 정부 정책으로 대기업 의존도를 낮췄다면 이제 해외 시장을 뚫는데 정부가 나서겠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는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해 해외 바이어들과 매장을 연결하는 등의 우회수출전략을 펼치겠다”며 “오는 9월이나 10월 중 월마트와 같은 매장에 우리 제품들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송 청장은 또 “회사를 운영하다 실패했을 경우, 회사 채무가 조정되는데 CEO는 연대보증 채무와 연동해서 낮아지지 않았다”며 “앞으로는 부종성의 원칙을 도입해 이들을 도울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9일 서울시 역삼동 르네상스호텔에서 '2012 벤처천억기업 기념식'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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