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최근 국제 곡물 가격이 폭등하면서 이를 원재료로 사용하는 국내 식품업계에도 큰 파장이 예상된다.
가공식품의 원료로 주로 사용되는 옥수수, 대두의 경우 세계 최대 생산국이자 수출국인 미국의 계속된 가뭄으로 지난 6월부터 가격이 폭등하기 시작해 계속해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10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발간한 '국제곡물 관측 속보'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밀, 옥수수, 대두 선물가격은 톤당 각각 302달러, 302달러, 598달러로 국제 가격이 강세를 보였던 전년 동기보다 23.0%, 12.3%, 19.1% 증가했다.
이달 들어서는 연일 최고치를 갱신하고 있으며 매일 톤당 10달러 이상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세계적인 밀 재배지역인 구소련 지역과 중국도 가뭄 등 기상악화로 생산량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 국제 유가가 오름세를 보이고 곡물 선물투기가 증가하는 등 올 하반기에는 국제 곡물가격이 강세를 보일 것으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예측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측은 "국제 곡물 가격이 급등한 지난 2008년의 경우 4~7개월 가량의 시차를 두고 국내 물가에 반영됐다"며 "현재 급등하고 있는 가격이 강세를 이어갈 경우, 올 4분기부터는 수입곡물 관련 상품의 국내 물가 상승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식품업계 관계자는 "보통 연간 단위로 곡물 수입 계약을 체결해 당장 몇 달간은 문제가 없겠지만 올 연말부터는 원재료 가격 압박이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해 연말부터 정부가 물가안정을 위해 식품기업들에 가격인상을 자제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고, 올 연말에는 대선이 예정돼 있어 곡물 가격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전가하기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그렇다고 곡물 수입선을 한 번에 바꾸기도 어렵다.
주요 곡물의 원산지나 품종이 달라질 경우 완제품의 맛이 달라질 수 있고 제조 공정과 품질에 이상이 생길 수 있다. 때문에 기업입장에서는 가격이 올라도 가능하면 기존 수입선을 유지하려고 한다.
이에 식품업계는 신제품, 시설 투자는 최대한 줄이고 장수제품 위주의 영업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신제품이나 시설 투자에 실패할 경우 그 리스크를 감당하기 힘들어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장수제품에 집중한다는 이야기다.
또 올 상반기에 나온 신제품의 경우에도 대부분은 기존 브랜드에 맛이나 패키지를 바꿔 추가한 제품으로 새로운 브랜드로 출시된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특히 여름철 성수기를 맞는 아이스크림이나 음료제품의 신제품 출시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다.
보통 5월부터 여름철을 겨냥해 신제품을 내놓는데 아이스크림의 경우 롯데제과의 '까바까바'와 해태제과의 '앵그리버드 소다맛과 코코아맛' 정도가 전부였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밀, 옥수수, 대두 등 주요 곡물의 국내 자급도가 상당히 낮아 수입에 의존, 가격 영향을 크게 받을 수 밖에 없다"며 "빠르게 변화하는 식품 소비 트렌드에 맞춰 신제품을 개발해야 할 필요성은 느끼고 있지만 그럴 만한 여력이 없어 답답한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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