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순욱기자] 유력한 차기 대선 후보로 거론되고 있던 안철수 서울대융합과학기술대원장이 19일 자신의 생각을 담은 저서 '안철수의 생각-우리가 원하는 대한민국의 미래 지도'를 출간했다.
이날 출간은 사실상 대선 출마 선언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와 동시에 안 원장은 혹독한 검증의 무대 위에 올라섰다.
안 원장은 저자 서문을 통해 "총선 전에는 야권의 승리를 의심하는 사람이 별로 없었고, 그렇게 되면 야권의 대선후보가 제자리를 잡으면서 나는 자연스럽게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는 수순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총선에서 야권이 승리했으면 자신이 정치에 나설 일이 없었을 것이란 이야기다.
안 원장은 이어 "그러나 총선이 예상치 않게 야권의 패배로 귀결되면서 나에 대한 정치적 기대가 다시 커지는 것을 느꼈을 때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이 열망이 어디서 온 것인지에 대해서 무겁게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밝혀 대선에 출마할 것임을 밝혔다.
하지만 안 원장이 대선 출마 의지를 밝히면서 혹독한 검증의 무대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도 국민들의 안 원장에 대한 기대감 못지않게 피로감도 상당히 쌓였다.
실제로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대표 이택수)가 지난 16일 7월 둘째주 지지율을 집계한 결과 박근혜 의원이 41.2%로 1위였고, 2위는 17.9%를 기록한 문재인 의원이었다.
부동의 2위였던 안 원장은 대선 출마 입장표명이 늦춰지면서 15.7%를 기록해 3위에 그쳤다. 이는 이전의 지지율보다 4.9%p나 하락한 수치였다.
이날 책 출간으로 얼마나 지지율을 회복할지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기존 정치권의 견제도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유력한 대선 후보인 새누리당의 박근혜 의원은 안 원장에 대해 지난 16일 "안 원장 같은 사람과 같이 하면 좋다고 생각하는데 생각을 너무 모르니까 뭐라고 말할 수 없는 입장"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당시만해도 모호한 입장표명이었지만 안 원장이 본격적으로 새누리당과는 다른 생각을 밝히면서 대선 행보에 나선 이상 확실하게 각을 세울 것으로 전망된다.
박 의원의 선대위원장을 맡고 있는 홍사덕 전 의원은 이미 안 원장을 샤를 루이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에 빗대어 "권력을 얻기 위해 필요하면 노동자-소농민 계급에 붙고, 어떤 때는 귀족들에게 붙으면서 20년을 집권했다"며 신랄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한때 안 원장과 가까운 사이로 알려졌던 박 의원의 공동선대위원장 김종인 전 의원은 지난 2일 MBC라디오의 '손석희의 시선집중'과 가진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여러 태도를 놓고 봤을 때 과연 저런 사람이 대통령 후보가 되어 대통령이 되면 대한민국을 잘 이끌어 갈 수 있을 거다 하는 문제에서도 굉장히 회의적"이라며 "권력에 대한 확신도 없고 나라를 어떻게 끌고 가겠다고 하는 비전도 제시한 바가 없다"고 비판했다.
민주통합당 안에서는 손학규 후보가 안 원장에 대해 비판적이다. 손 후보는 정치경험이 없다는 점, 준비되지 않았다는 점 등을 들어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했다.
안 원장과의 '공동정부론'을 설파한 문재인 후보와 '정책경쟁'을 언급한 김두관 후보는 다소 우호적인 관계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이같은 기존 정치권의 반응보다 더 중요한 것은 본격적으로 안철수라는 개인에 대한 도덕성과 역사의식, 정치적 견해 등에 대한 검증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는 점이다.
특히 박근혜를 지지하는 모임에서 제기한 바 있는 '이명박-안철수 밀약설'이다. 박 의원의 팬클럽인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의 정광용 대표에 의해 제기된 밀약설은 한 마디로 말해서 친이계 주도로 안 원장을 대통령으로 민다는 것이다.
실제로 안 원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참여정부 당시까지만해도 정치권과 확실하게 거리를 뒀다.
하지만 현 정부 들어서는 차관급인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 위원을 맡는 등 우호적인 관계를 맺어왔기 때문이다.
그밖에 안 원장의 성공신화가 지나치게 과장되고 부풀려졌다는 지적도 강용석 전 의원을 비롯해 네티즌들 사이에서 꾸준히 제기되고 있어 본격적으로 안 원장의 행보에 대해 검증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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