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지역 주민들의 신뢰를 얻을 때까지 고리 1호기 재가동 여부를 결정하지 않겠다던 정부가 전력 비상사태가 다가오자 본심을 드러냈다.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은 지난 26일 기자들과 만나 "고리 1호기를 운영하면 수요관리를 하지 않도 돼 하루에 최대 30억원을 절약할 수 있다"며 "늦어도 다음달 2~3일에는 고리 1호기를 가동해야 한다"고 밝혔다.
고리 1호기를 하루 가동하면 60만kW를 확보할 수 있고, 하루 수요 조정을 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이 20~30억원임을 감안하면 고리 1호기를 가동해 최대 30억원을 절약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 6월 부산을 찾아 주민들과의 충분한 소통을 통해 고리1호기에 대한 신뢰를 얻을 때 재가동 여부를 판단하겠다던 본인의 발언을 뒤집은 셈이다.
앞서 이명박 대통령에게서 호되게 질타를 받은 홍석우 장관이 이를 무마하기 위해 '액션'만 취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 3월 홍석우 장관은 이명박 대통령으로부터 정전사고가 발생한 후 한국수력원자력 은폐 사건까지 발생했는데도 에너지 주무장관으로서 손 놓고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후 홍석우 장관은 고리 1호기가 원자력안전위원회로부터 재가동 승인을 받은 것을 신뢰하지 못하는 지역 주민들을 설득하기 위해 지난 6일 부산을 찾았다.
이 자리에서 홍 장관은 "고리 1호기의 재가동이 에너지 수급 정책상 반드시 필요하지만 지역 주민들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됐을 때 재가동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홍 장관은 최근 전국적으로 발생한 폭염으로 인해 전력 사용량이 3일 연속 최대치를 경신하자 다급해졌다.
26일 기자실을 찾은 홍 장관은 "늦어도 다음달 2~3일에는 고리원전 1호기를 가동해야 한다"며 "지역 주민들에게 신뢰를 얻은 후 원전을 돌리려고 했으나 의견 통합이 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지역주민들은 정부에게 원안위의 점검 절차가 적절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달라고 요청하는 등 여전히 반발하고 있다.
정부는 자료를 제공하는 대신 지경부·한수원·원안위와 함께 자료를 확인하자고 건의했지만, 주민들은 정부를 제외하고 주민 단독으로 검토하겠며 대치하고 있는 상황이다.
홍 장관은 "이 같은 지역주민들의 태도는 당초 고리1호기 안전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이루고자 하는 것과는 거리가 있다"며 "8월3일 쯤에는 돌릴 수밖에 없으므로 지역주민들이 이해해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돌변한 장관의 변화된 태도에 지역 주민들과 환경단체들은 분개하고 있다.
에너지정의행동은 "정부가 안전성 문제와 무관하게 재가동을 밀어붙이고 있다"며 "시민들이 동의하지 않으면 고리 1호기를 가동하지 않겠다고 발언한 장관이 스스로 얼굴에 먹칠한 것으로 무책임한 처사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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