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다람쥐 쳇바퀴' 돌기.
대한상공회의소가 30일 발표한 '2012년 상반기 기업호감지수' 조사 결과를 보며 떠오른 말이다. 올해 상반기 기업호감지수는 50.9점. 지난해 하반기에 비해 0.3점이 떨어졌고, 최고점이었던 2010년 상반기에 비해선 3.1점이나 낮아졌다.
또 조사를 처음 개시한 2003년 하반기(38.2점)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살펴보면 지난 9년 동안 총 12.7점이 올랐다. 평균 잡아보면 1년에 1.4점씩 점수가 오른 꼴이다. 하지만 이를 '수우미양가'로 등급을 매겨 평가하면 얘기는 달라진다. 9년째 내리 '가'에서 제자리 걸음만한 셈이 된다.
더욱이 대기업에 대한 호감도는 중소기업보다 훨씬 떨어졌다.
대한상의에 따르면, 국민들의 대기업에 대한 기업호감도는 48.1인 반면 중소기업은 62.0점인 것으로 나타났다. '윤리경영 실천' 부문에서도 대기업(20.6점)은 중소기업(37.8점)보다 17.2점이나 한참 뒤져 있었다. 개별 기업의 활동과 무관하게 오로지 기업의 규모만으로 호감도가 갈리는 형국이다.
특히 기업호감지수의 5대 요소 중 하나인 '윤리경영'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는 낙제점에 가까웠다. 2003년 하반기 9.6점으로 출발해 올해 상반기에는 23.8점을 얻는데 그쳤다. 국제경쟁력(81.1점), 생산성(66.2점), 국가경쟁 기여(49.9점), 사회공헌활동(41.3점) 등 기업호감지수를 구성하는 다른 요소와 비교해도 눈에 띄게 낮은 점수다.
재벌 총수 일가의 비리와 횡령, 편법상속과 증여, 공정거래위원회 조사에 대한 방해 등 대기업 집단 스스로 윤리적 정당성을 헌신짝 버리듯 내팽개친 것을 무수히 봐온 국민들의 냉혹한 평가인 것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보고서를 작성한 대한상의와 현대경제연구원은 엉뚱한 처방을 내놓았다.
도전적인 최고경영자(CEO)를 모범사례로 소개하고, 기업의 호감도 상승으로 이끌어내자는 방안을 제시했다. 여기에 한술 더 떠 65.6%에 이르는 '반기업 정서'는 일자리 창출 등 기업이 잘하고 있는 부분을 적극 홍보하자는 대안도 제안했다. 성찰하는 자세를 보이기는커녕 국민의 생각을 바꿀 궁리나 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의 해답은 국민이 아닌 기업이 쥐고 있다. 재벌 총수의 비리와 횡령, 편법 상속과 증여 등 기업이 저지르는 불법적인 행태는 국민들이 기업에 느끼는 호감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기업 스스로가 그만큼 자정 능력을 상실한 때문이다.
기업에 대한 호감도는 근 10년에 가깝도록 '가'를 지키며 점수가 소폭 오르락내리락 하는 데 그쳤다. 재계는 당장 눈앞에 보이는 1~2점 상승이나 하락에 연연해하기 보다, 큰 틀에서 한단계 도약할 수 있도록 국민들의 목소리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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