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 통합진보당을 분당의 위기로 몰아넣은 이석기·김재연 의원에 대한 제명이 부결된 통합진보당 의원총회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흥미롭다.
지난 7월26일 오전 8시부터 국회에서 열린 제명 의총에는 혁신파 의원 5명과 정진후·김제남 의원이 참석해 표결에 필요한 정족수 7명을 모두 채웠다. 그리고 그동안 불참했던 구 당권파 의원 6명도 모두 참석했다. 오랜만에 13명 전원이 참석한 것이다.
오전에 시작된 의총은 결론을 내지 못하고 정회됐다. 의원들은 상임위에 참석했다. 그리고 상임위가 끝난 뒤 오후에 의총이 속개됐다.
의총에서는 캐스팅보트를 쥔 김제남 의원이 제명쪽으로 기울었다고 본 구 당권파 의원들이 언성을 높이는 등 진통이 거듭됐다.
그리고 23일 열린 의총에서 25일 중앙위원회 이후 의총을 열면 제명에 동참하겠다고 한 김제남 의원의 약속을 믿은 심상정 당시 원내대표는 마침내 제명안을 표결에 부쳤다.
이때까지 혁신파 의원 누구도 제명안이 부결될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제명 당사자인 이석기·김재연 의원은 물론이고 나머지 구 당권파 의원들은 표결에 불참했다. 하지만 표결이 진행되는 동안 의총장에 그대로 앉아 있었다.
김재연 의원은 혁신파 의원들과 정진후 의원이 투표하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으며 "역사에 남겨야 한다"는 말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이상규 의원이 "제명 부결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밝힌 것처럼, 구 당권파쪽에서도 제명이 가결될 것으로 전망했다는 것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한편 김제남 의원은 6명이 모두 투표를 마친 가운데, 5분 가량을 아무런 말도 없이 자리에 앉아 있었다고 한다. 김 의원이 표결에 참석해야 정족수 7인(전체 의원 13명)이 충족되는 상황이라 긴장감이 흘렀다.
그렇게 5분간의 정적이 지나가고 자리에 앉아있던 김 의원은 마침내 자리에서 일어나 투표를 했다. 이제 투표함을 열어 7명 전원이 제명에 찬성하면 끝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7표가 모두 찬성일 것으로 기대하며 투표함을 개봉하던 당시 원내수석부대표 강동원 의원의 손이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 그가 세 번째로 펼친 투표용지가 백지였기 때문이다.
나머지 투표용지를 열어볼 것도 없이 제명안이 부결되는 순간이었다.
5분간이나 가만히 앉아있던 김제남 의원의 표였다. 그의 선택은 이석기 의원에게 강기갑 대표 체제에서 복무할 수 있도록 하는 노역형, 즉 기권표였다.
그 순간을 지켜보던 이석기 의원은 의총 종료가 선포되지도 않았지만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기자들을 향해 외쳤다. "진실이 승리했다."
그리고 기권표를 던져 많은 사람들을 '멘붕'에 빠뜨리고 강기갑 대표 체제를 식물지도부로 만든 김제남 의원은 구 당권파인 김미희 의원과 부둥켜 안고 하염없이 눈물을 쏟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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