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아름기자] 찌는 듯한 무더위가 계속되던 7일 오전. 전력거래소 비상대책상황실에는 전운감마저 감돌았다.
전력거래소 직원들은 ‘전력 안정공급’이라는 문구가 쓰인 조끼를 입고, 굳은 얼굴로 정면에 설치된 전광판을 주시하고 있었다.
전날 올해 처음으로 전력 수급경보 '주의'단계가 발령되면서 지난해 9월15일 있었던 대규모 정전사태 '블랙아웃'의 공포가 다시 엄습하는 듯한 분위기였다.
이날 아침부터 전력거래소는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전력소비가 전날보다도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특히 오후 2~3시에는 전력수요가 평균 7380만㎾까지 증가할 것으로 분석됐다. 이 경우 예비전력은 307만㎾(예비율 4.16%)로 전력 경보 ‘관심’이 발령된다.
때문에 상황실은 아침부터 상당히 긴박하게 돌아갔다.
오전 8시까지 1000kW 이상을 기록하고 있던 예비전력은 8시50분부터 뚝뚝 떨어지더니 오전 10시 40분에 벌써 예비전력이 순간적으로 450kW 밑으로 추락해 전력수급경보 ‘준비’단계를 발령했다.
전력거래소는 즉각 산업체의 민수용 발전기 가동을 독려하고 50만kW의 예비전력을 추가로 확보했다.
평소 상황실에는 6명 1조로 근무하지만 이날은 20명 가량의 직원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만큼 전력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간다는 얘기다.
하루 전날 기업체들과 미리 약속해서 전력소비를 줄이는 '주간 예고제'에 4549개 업체가 참여해 약 230만kW의 수요를 줄였고, 중요하지 않은 전력 일부를 끄는 방법으로 120만kW의 예비전력을 확보했지만 예비전력은 속절없이 뚝뚝 떨어지기만 했다.
급기야 오전 11시17분 예비전력이 400만kW를 10분 넘게 하회한데 이어 순간적으로 350만kW선이 무너지자 ‘관심’ 경보까지 발령됐다.
전력거래소의 대응도 계속 이어졌다. 구역전기 사업자 발전 전기와 비중앙발전기를 추가 가동해 50만kW를 추가로 확보했다.
남호기 전력거래소 이사장은 “언제까지 이렇게 기온이 올라갈지는 하늘만이 아실 일이지만 대비가 잘 돼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우발적인 사고가 없는 한 블랙아웃(대규모 정전)이 일어날 가능성은 없다”고 잘라 말했지만, 표정은 밝지 않았다. 변수는 역시 날씨였다.
점심시간 잠깐 소강상태를 보였던 예비전력율은 오후 1시30분을 기점으로 다시 추락하기 시작했다. 비상상황실은 분주히 움직이는 직원들과 수많은 카메라, 기자들이 얽혀 발 디딜 틈이 없을 지경이었다.
오후 1시48분 상황실 분위기가 갑자기 급박하게 돌아갔다. 예비전력이 300만kW밑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예비전력율은 4.0~3.9% 근처를 맴돌았다. 구역전기사업자 발전소와 자가용 발전기를 추가 가동해 60만kW를 확보하고, 발전소와 전력거래소 내의 불필요한 전력 소비를 줄이기 위해 소등 조치하라는 지시사항까지 떨어졌지만 대세를 거스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하루 중 기온이 가장 높아지는 오후 2시15분을 기해 결국 ‘주의’ 경보가 발령됐다.
"수요관리량을 어제 135만kW에서 오늘 233만kW으로 늘렸기 때문 오후에도 주의단계까지는 발령되지 않을 것"이라던 조종만 전력거래소 중앙관제센터장의 호언장담이 날씨앞에서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게다가 오후 2~3시 전력 소비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전력수급상황이 어디까지 악화될 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최악의 무더위에도 전력거래소 사람들은 살얼음 위를 걷고 있는 셈이다. 오후 2시40분 현재 예비전력은 341만kw, 예비율은 4.7%로 소폭 올랐지만, 블랙아웃의 공포는 계속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