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기성기자] 한국경제의 위기 징후들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내수는 동력을 상실한 지 이미 오래다. 간신히 지탱해오던 수출마저 적신호가 켜졌다. 내수와 수출, 안팎의 시장을 잃어버린 산업은 갈 곳을 찾지 못한 채 추락하는 모양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8일 발간한 ‘KDI 경제동향’ 8월호에서 대외여건 악화에 따라 수출이 감소하고, 내수가 크게 둔화되는 등 전반적으로 경기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대내외 불확실성 증대에 따라 소비와 투자가 크게 위축되면서 내수가 크게 약화됐고, 수출도 유럽 재정위기, 중국 등 신흥국의 성장 둔화, 미국과 일본의 장기침체 등 3중고로 인해 감소세로 전환했다고 밝혔다.
노동시장 또한 취업자 증가세가 소폭 둔화되고, 고용률이 하락하면서 크게 흔들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자리 위축은 소비 침체, 경기 부진, 내수산업 붕괴로 이어지는 출발점이어서 심상치 않은 경고로 받아들여진다.
특히 수출의 약세 반전은 내수를 잃어버린 우리 산업 전체의 근간을 뿌리째 흔들고 있다. 지난 1일 지식경제부는 7월 수출이 446억2200만달러를 기록,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8.8%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는 2009년 10월 이후 33개월 만에 최대 감소폭이다.
무역수지는 27억46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지만 실상은 ‘불황형 흑자’로 봐야 한다는 분석이다. 실제 이 기간 수입은 5.5% 줄어든 418억7600만달러를 기록했다. 흑자 규모 또한 6월(49억달러)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7월까지 누적 무역 흑자는 134억1300만달러였지만 같은 기간 수출 증가율은 0.8%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우리나라 무역의존도가 87.4%로 미국(22%), 일본(25.1%), 중국(49.5%) 등에 비해 훨씬 높은 점을 감안하면 수출의 타격은 충격파가 매우 크다는 분석이다.
무엇보다 무선통신기기(-34.7%), 선박(-57.5%), 철강(-20.2%), 석유화학(-22.3%) 등 주력산업 대부분이 극심한 부진을 기록했다. 지역별로도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유럽연합(EU) 수출이 4.9% 감소했고, 중국(-0.5%)과 중남미(-14.5) 등 신흥국으로의 수출(-6.3%)도 고전했다.
지경부는 대내외 여건을 고려할 때 3·4분기 이후에도 수출이 크게 개선되기는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지경부는 앞서 연간 수출증가율 목표를 당초 6.7%에서 3.5%로 대폭 낮춰 잡았다.
이는 국내 주요 기업들의 하반기 실적 부진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8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 세 곳 이상이 추정치를 발표한 105개 주요 상장사 중 71.4%에 해당하는 75곳은 하반기 영업이익이 줄어들거나 적자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됐다. 나머지 30곳 중 17곳도 한자릿수 증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또 에너지 19.34%, 통신서비스 15.58%, 산업재 7.41% 비율로 영업이익 전망치가 각각 낮아졌다. 스마트폰을 장착한
삼성전자(005930)가 버티고 있는 IT가 11.92% 상향 조정되며 위안이 됐을 뿐이다.
소비 침체로 내수 부진이 장기화되면서 유통, 통신 등 내수기업들의 전망도 일제히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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