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기성기자] 미래는 없고 과거만 있다.
2012년 대선 정국을 바라보면서 드는 느낌이다. 박정희와 노무현, 두 전직 대통령이 현실로 환생해 한바탕 검무를 추고 있다. 박근혜와 문재인, 두 여야 주자들은 앞선 두 망자의 대리인에 지나지 않는다. 부정할 수도, 넘을 수도 없는 산이 된 지 이미 오래다. 최소한 국민 눈에 비친 실상은 그렇다.
또 한 명의 주자가 눈에 들어온다. 과거 없는 미래, 안철수다. 기존 정치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그를 통해 집약되고 표출됐다. 대의정치의 근간인 정당은 온갖 부패와 비리의 산실로 치부됐다. 제도권과 대립되면서 정당의 뿌리인 이념적 구분마저 거부했다. 대신 상식과 비상식의 논리를 대입시키며 감성정치를 전개하고 있다.
기존 정치로부터 자유로우면 정말 과거로부터도 자유로울까. 하나 둘 그에 대한 검증의 칼날이 날아들고 있다. 과거 분식회계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최태원 SK그룹 회장에 대한 구명 탄원이 먼저 도마에 올랐다. 안 원장이 즉각 사과하며 사태 수습에 나섰지만 그가 주장한 재벌개혁의 명분은 일정 상처를 입었다.
역사관도 재조명될 조짐이다. 2010년 포스코 사외외사로 재직 당시 박정희 기념관 건립 후원금 출연에 찬성했던 것으로 뒤늦게 드러났다. (▶참조 8월9일치 기사
안철수, 포스코 ‘박정희기념관’ 지원 찬성..'정체성' 논란) 본 이사회는 물론 앞서 열린 사전 심의에서도 찬성표를 던졌다. 국고보조금 지원 여부를 놓고 법정 다툼까지 벌이는 등 13년간이나 사회 논란을 낳은 것에 미뤄보면 그의 판단은 너무도 안일했다.
특히 국민 모금이 원활치 않자 전경련이 나서 기업 후원을 독려하는 등 기념관 건립의 순수성은 사업 초기부터 훼손됐다. 결과물로 개관한 기념관을 실제 찾아가 보면 온통 박 전 대통령의 산업화 치적으로 도배돼 있다. 정권을 찬탈했던 5·16 쿠데타는 물론 민주주의 파괴와 인권 유린 등 유신독재의 '실상'은 하나도 찾아볼 수 없다.
후손에게 남길 역사의 기록으로 보기에 민망할 정도다.
궁금증은 이어진다. 안 원장은 자신이 찬성한 이 '기념관'의 실상을 한 번이라도 살펴봤을까. 혹시 설립 지원은 포스코가 한 것이고, 사외이사로서 회사의 결정에 동조한 것은 5·16이나 박정희 유신체제에 대한 동조 또는 의견 표명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국내 굴지 대기업의 사외이사를 지내면서 그런 태도였다면 국민의 지도자로서 결격이라는 비판을 받을만 하다.
안철수식 '상식'과 '비상식' 잣대로 '박정희 시대'는 어떻게 평가되는 걸까. 박근혜의 '아버지'에 대한 평가가 이슈가 되고, 그 역시 이와 연관된 행위를 한 사실이 드러난 만큼, 이 질문을 더 이상 피하거나 침묵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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