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한국전쟁 당시 충북 청원군 오창면 일대의 국민보도연맹원 400여명을 한 양곡창고에 가둔 뒤 군인과 경찰관들이 집단 살해한, 이른바 '오창창고' 사건 피해자들에게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민모씨(98·여) 등 오창창고 사건 피해자 492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7일 밝혔다.
이에 따라 오창창고 사건 피해자 중 직접 희생자들은 각 8000만원, 배우자들은 각 4000만원, 부모와 자녀들은 각 800만원, 형제자매들은 각 400만원을 국가로부터 배상받게 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원심이 국가가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해 권리남용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국가의 소멸시효 항변을 배척한 것은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은 소멸시효 완성이나 권리남용에 관한 법리오해, 심리미진 등의 위법이 없다"고 판시했다.
국민보도연맹은 1949년 4월20일 당시 정부가 좌익관련자들을 전향시키고 전향자들을 관리·통제하기 위해 설립한 조직이었으나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정부는 예비검속이라는 명목으로 국민보도연맹원을 구속했다.
정부는 1950년 6월30일부터 같은해 7월8일까지 충북 청원군 오창면과 진천면 지역 보도연맹원 400여명을 연행해 오창면의 한 양곡창고에 가둬둔 뒤 같은 달 10일부터 11일까지 군인과 경찰들로 하여금 구금자 대부분을 총격으로 살해했으며, 살아남은 일부 연맹원들도 미군 전투기 폭격으로 대부분 사망했다.
이후 '과거사 정리위원회'는 오창창고 사건에 대한 진실규명 신청을 접수한 뒤 조사를 개시해 2007년 11월13일 오창창고 사건 관련 희생자들에게 국가가 공식 사과와 위령사업 지원 등 명예회복을 조치할 것을 권고했다.
민씨 등 당시 피해자들은 2009년 11월18일 "국가가 국민보도연맹원이라는 이유만으로 정당한 이유 없이 구금 살해함으로써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한데 대한 손해를 배상하라"며 소송을 냈고, 1심 재판부는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지났다며 청구를 기각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오창창고 사건에 대한 국가의 진상규명 노력이 없었던 점을 고려하면 '과거사 정리위원회'의 진상규명결정이 있기 전까지는 피해자들이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가 소멸시효를 주장하는 것은 신의칙을 위반한 것으로 권리남용에 해당한다"며 피해자들의 청구를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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