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당 빚 8억원, 유시민이 갚나 통진당이 갚나
유시민·백승우, 아메리카노 2라운드 공방 돌입
2012-08-29 13:25:40 2012-08-29 13:27:16
[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 이혼을 앞두고 있는 통합진보당이 이번엔 돈 문제로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다.
 
표면적으로 드러난 대립의 당사자는 '아메리카노' 소동의 주인공인 유시민 전 공동대표와 백승우 전 사무부총장이다.
 
그런데 '아메리카노'가 가벼운 해프닝이었다면, '참여당 부채 8억원' 분쟁은 훨씬 더 무거운 사안이라는 평가다.
 
이 빚은 당장 오는 31일까지 갚아야 하는 돈이기 때문이다.
 
◇참여당 빚 8억원, 어떻게 생긴 것인가?
 
유시민 전 공동대표는 28일 당 홈페이지 게시판에 '당의 재정에 대한 보고'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통합진보당의 부채와 관련한 자신의 입장을 피력했다.
 
'아메리카노' 논란을 촉발했던 백승우 전 사무부총장이 통합할 때 가져온 참여계 빚 8억원을 유 전 공동대표 등이 갚아야 한다는 글을 끊임없이 올렸기 때문이다. 
 
유시민 전 공동대표
유 전 공동대표는 "통합 당시 민주노동당과 국민참여당은 각자 자산과 채무를 가지고 있었다. 통합연대는 정당이 아니었으므로 자산도 부채도 없었다"고 당시의 상황을 전하는 것으로 운을 뗐다.
 
그는 "복수의 정당이 통합할 경우 정당들의 자산과 부채는 정당법에 따라 신당이 승계하게 된다"며 "양당 지도부는 이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한 쪽은 자산이 부채보다 많고, 다른 한 쪽은 부채가 자산보다 많을 경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자산 부채의 승계에만 합의를 하고 끝낼 수도 있었지만, 민주노동당 중앙당 집행부는 각 주체가 자기의 부채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며 "그래서 국민참여당 중앙당 집행부는 이 주장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해서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그는 "그렇게 해서 통합 3주체는 '2011년 11월에 보고된 내역을 기준으로 확인된 부채는 해당 주체가 해결한다. 보고된 내역 외에 추후 확인된 부채가 있는 경우는 해당 주체가 해결한다'는 부속합의를 했다"며 "실제로는 민주노동당과 국민참여당에만 적용되는 사항"이라고 전했다.
 
유 전 공동대표는 "여기서 '부채'는 부채 총액이 아니라 '순채무'를 가리키는 말"이라며 "통합을 하면서 자산도 합치기 때문에 어느 주체가 당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갚아야 하는 것은 부채 총액에서 자산 총액을 제외한 부분"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통합 당시 참여당은 8억원+'알파'의 순채무를 지고 있었다"며 "8억원은 10억원 정도의 참여당 희망펀드에서 당사 임대보증금과 보유현금 등 자산을 뺀 액수다. '알파'는 서울시당 등 일부 시도당에서 가지고 있던 몇 천만원 정도의 채무다. 펀드 투자자는 참여당 당원과 지지자들"이라고 분명히 했다.
 
그는 "참여당 집행부는 당장 통합 이전에 다 갚을 방법이 없고, 통합해서 길게 갈 정당이니 만큼 함께 당을 하면서 참여당 출신 당원들의 특별당비 형식으로 '순채무'를 갚아나가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그래서 총선을 앞두고 중앙당 재정이 어렵다고 해서 참여당 출신 당원들끼리 한 차례 특별당비를 모금해 7360만원의 특별당비를 중앙당에 납부했고, 펀드 투자자 가운데 포기 의사를 밝힌 분들의 채권액수가 2250만원"이라고 설명했다.
 
◇민노당 빚 없다더니..다양한 형태의 빚 많아
 
그러면서 "그런데 부채 관련 부속합의는 민주노동당에도 적용되는 것"이라며 "통합 당시 민주노동당 집행부는 '순채무'가 없다고 말했고, 그 말을 믿었다. 그래서 부속합의가 참여당에게만 적용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고 반격했다.
 
그는 "중앙당을 통합한 후 시도당과 지역위원회를 통합하는 과정에서 옛 민노당 시도당과 지역위가 다양한 형태의 부채를 안고 있다는 사실을 '부분적으로' 알게 되었다"며 "여기서 '부분적'이라고 한 것은 전체를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민노당에는 서울시당을 비롯하여 억대의 부채를 지고 있는 시도당이 있었다"고 형평성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아울러 "공동대표 시절 사무총장 등 당직자들에게 민노당 시도당과 지역위원회의 부채 액수와 성격, 채권자 현황에 대해서 보고해달라고 몇 차례 요청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언제나 '중앙당에서는 모른다'는 것이었다"며 "채무를 진 주체가 중앙당이든 시도당이든 지역위원회든 통합진보당의 당비나 국고보조금으로 갚을 수밖에 없는 채무는 모두 당의 채무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런데 참여당의 '순채무'는 참여당 출신 당원들끼리 특별당비를 모아 따로 갚는 반면, 민노당 시도당과 지역위 '순채무'는 출신을 가림이 없이 통합진보당의 모든 당원들이 내는 당비와 당이 받는 국고보조금으로 갚는다면 이것을 공평하고 합리적인 고통 분담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참여당·민노당 빚, 모두 통합진보당이 갚아야
 
그는 거듭 "민노당과 참여당의 채무는 정당법에 따라 통합진보당이 갚아야 한다"며 "참여당 펀드 채무도, 민노당 시도당과 지역위 채무도 모두 통합진보당이 갚아야 한다. 이것은 확정된 법률적 의무"라고 강조했다.
 
그는 "부속합의에 명기된 '해당 주체의 부채 해결' 조항은 통합진보당을 만든 민노당 출신 당원들과 참여당 출신 당원들 모두가 준수해야 할 정치적·도의적 신의의 문제"라며 "정치적·도의적 신의는 어느 일방에게만 강요될 수 없는 것이다. 관련된 주체 모두가 성실하게 지킬 때만 의미가 있다"고 항변했다.
 
한편 유 전 공동대표는 글의 말미에 "함께 힘을 모아 더 큰 선을 실현하려고 통합진보당을 만들었는데, 결과적으로 진보통합을 아니함만 못한 결과를 만들고 말았다"며 "진보통합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제가 저질렀던 낭만적 판단착오와 능력부족에 대해서는 적절한 때 적절한 형식으로 반드시 책임을 지겠다"고 적어 눈길을 끌었다.
 
그는 "구 당권파와 몇 달째 벌이고 있는 이 싸움의 의미가 무엇인지 저는 모르겠다"며 "그러나 갈수록 모두가 비천해지고 있다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비천함을 감수해서 고귀한 그 무엇을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이 있다면 얼마든지 감당하겠지만, 의미가 보이지 않는 싸움에서 비천함을 감수하기란 정말 쉽지가 않다. 피차 성인은 못 되더라도 괴물은 되지 말고 싸우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백승우 "4년간 매년 2억원씩 해결한다고 했으면서.."
 
하지만 백승우 전 사무부총장의 주장은 다르다. 백 전 부총장은 지난 26일 당 홈페이지 게시판에 '참여당 부채 8억원의 진실'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유 전 공동대표를 향해 "재정 문제는 분명히 하고 가야 깨끗한 마무리가 된다"고 촉구했다.
 
백 전 부총장은 통합 당시 "참여당의 순부채 8억원에 대해 '4년간 매년 2억원씩 참여당 출신 인사들이 해결한다'고 합의하고 추후 공증 절차를 밟기로 했다"며 "참여당 펀드 상환 주체는 법률적으로는 통합진보당이다. 참여당 최고위원들이 약속대로 공증 등 법적 절차를 밟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8월31일까지 미납한 1억원을 납부하고, 2013년부터 2015년까지 매년 2억원씩 갚겠다는 공증 절차를 거치면 된다"며 "유시민, 천호선, 오옥만, 유성찬, 박무가 2000만원씩 나누어 갚으면 된다"는 해법을 제시하기도 했다.
 
백 전 부총장이 수차례 유 전 공동대표에게 참여당 펀드 부채를 해결하라고 촉구하는 것은, 분당이 임박함에 따라 탈당을 하더라도 참여당 출신 지도부가 이 문제를 해결하고 가라는 요구로 풀이된다.
 
하지만 민노계의 빚은 통합진보당의 당비와 국고보조금으로 갚고, 참여계의 빚은 참여계가 갚아야 하는 것이냐고 유 전 공동대표가 맞불을 놓음으로써 쉽사리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백 전 부총장의 주장도 분당을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통합 당시 참여계가 자신의 부채를 갚기로 합의한 것에 근거를 두고 있어, 양측의 이견차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을 전망이다.
 
결국 통합진보당을 쪼갠 '분당' 국면이 수습되지 못하면서, 오는 31일 상환을 받기로 한 참여당 펀드 채권자들만이 피해를 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유 전 공동대표도 국민참여당 대표 시절 펀드를 발행한 만큼 통합진보당을 탈당해도 법적인 책임이 없다지만 정치적·도의적 책임이 있다는 압박을 받는 모습이어서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