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곽보연기자]
삼성전자(005930)가 애플의 디자인 특허 침해 혐의를 벗을 수 있는 핵심 증거를 보유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항소심에서 이를 활용할지 여부가 쟁점으로 부상했다.
삼성과 애플 간 미국 특허소송에서 가장 핵심이 됐던 사안은 삼성이 애플의 트레이드 드레스(디자인을 포함한 제품 외형)를 모방했는지 여부였다.
미국 캘리포니아 연방지법 배심원단은 오랜 심리와 증인 공방 끝에 "삼성이 애플의 디자인을 비롯한 특허 6개를 침해했다"며 애플에게 배상액 10억4934만달러(약 1조1910억원)를 지불하라고 지난달 24일 평결했다.
이번 소송에서 배심원단 단장을 맡았던 벨빈 호건은 평결 다음날 외신들과의 인터뷰에서 "내부 이메일을 통해 실제로 삼성전자 고위급 임원들이 애플 디자인을 베끼라고 지시했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삼성의 애플 특허 침해가 의도적이었음을 '절대적으로' 확신했다"고 말했다.
주장의 근거가 된 문제의 이메일은 2010년 2월15일 삼성전자의 디자이너가 구글과 회의 직후 삼성 내부 게시판에 올린 내용으로 "삼성 제품이 애플 제품과 덜 비슷하게 보이도록 '디자인'을 수정하라"는 구글 측 요청이 담겨 있었다.
호건과 그의 주도 하에 의견을 모은 배심원단은 디자인을 포함한 제품 외형(트레이드 드레스) 침해가 이번 소송의 핵심이라고 생각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외신들의 평가다.
삼성전자는 이러한 애플의 주장에 맞서기 위해 법원에 자사의 F700(울트라 스마트폰) 관련 사진 등을 증거자료로 제출했지만 재판부가 이를 채택하지 않아 법정에서 효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삼성 관계자는 "F700 관련 증거자료가 기각당한 이유에 대해 루시 고 판사는 전혀 설명해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삼성은 비록 현재 소멸됐지만 애플의 아이폰 및 공세 빌미가 된 갤럭시S의 외형과 극도로 유사한 디자인을 먼저 개발한 데 이어 특허청에 디자인 특허 출원(출원번호:3020060022880)까지 한 사실이 <뉴스토마토> 취재 결과 확인됐다.
관련 디자인은 둥근 모서리의 직사각형 형태에다 전면 대형 LCD에 터치식 입력 방식을 채택했다. 아이폰뿐만 아니라 현재 출시된 스마트폰 대부분의 외관과 매우 흡사하다. 특허 출원 시기는 2006년 6월로, 애플의 아이폰 출시보다 정확히 1년이 앞선다.
때문에 이를 항소심에서 적절히 반박자료로 제시한다면 삼성과 애플이 그토록 맞붙었던 디자인 전쟁에서 반전을 꾀할 수 있을 것이란 게 업계의 기대다. 이는 또 배심원단 평결을 이끌어낸 판단 준거의 재검토로 이어질 수도 있다.
국내 유명 법인의 한 특허 전문 변호사는 "삼성이 왜 본안소송 과정에서 이같은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는지 등에 대한 적절한 해명이 뒤따라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해볼만한 싸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F700 자료가 증거로 채택되지 않은데다 이미 삼성이 카피캣이라는 이미지 덧칠까지 칠해진 상황이어서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라고 우려했다.
삼성 관계자 또한 "아쉽지만 해당 특허를 항소심에서 추가증거로 활용하긴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이미 너무 와 버렸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내부에선 사전인지 여부 및 책임규명보다는 제출할 자료는 모두 제출해 재반박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 또한 높다.
한편 삼성은 지난달 24일 배심원 평결이 나온 직후 이의 제기에 필요한 평결불복심리(JMOL)를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4일(현지시간) 배심원 평결에 대한 이의신청 관련 서류를 미 법원에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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