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현직 검찰 간부인 김 모 검사가 대기업과 형사피의자로부터 거액을 받았다는 의혹이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갈등으로 비화될 전망이다.
한상대 검찰총장은 9일 김수창 검사(50·사법연수원 19기)를 특임검사로 임명하고 이번 사건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를 지시했다. 의혹이 불거진 지 하루만의 전격적인 대응이다.
특임검사의 권한은 이날부터 발생했으며 김 검사는 피의자 신분이 됐다. 김 특임검사는 10일 서울서부지검에 사무실을 꾸리고 공식적인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검찰이 이같이 발빠르게 나선 데에는 대선을 앞두고 검찰개혁의 목소리가 어느 때 보다 높은 가운데 터져 나온 '검찰 간부 비리의혹'이라는 불씨가 더 번지기 전에 사전에 진화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한 총장은 이날 "경찰에서 부장검사의 비위에 대해 내사 중이라는 언론 보도와 함께 이와 관련된 여러 가지 의혹이 확산되면서 국민적 관심과 비판이 커지고 있다"며 "독자적 수사권을 보유한 특임검사를 지명해 모든 의혹에 대해 철저하고 엄정하게 수사하겠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경찰이 먼저 이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 사건을 경찰과 검찰이 동시에 수사하게 된 셈이다. 수사권 충돌은 예견된 수순이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현재 경찰에서는 정식 수사절차가 아닌 내사단계에 있으므로 특임검사의 수사와는 충돌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 "향후 경찰에서 규정에 따라 정식으로 수사개시보고를 하고 수사에 착수할 경우에는 통상 절차에 따라 관할인 서울중앙지검에서 수사지휘를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경찰은 이에 대해 "내사가 아닌 수사"라며 "검찰이 자기식구를 감싸기 위해 사건을 빼앗으려 한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더 나아가 "연루된 검사가 2~3명 더 있다"며 역공을 펴고 있다.
이같은 검·경 대치상황의 배경에는 경찰 조사 단계를 검찰은 '내사'로, 경찰은 '수사'로 해석하면서 빚어 온 수사권에 대한 검경의 오랜 갈등이 깔려 있다.
검·경이 수사를 동시에 진행하게 되면서 김 검사가 검찰과 경찰을 오가며 수사를 받는 것이 불가피하게 됐다.
경우에 따라서는 일방의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일방은 수사에 차질을 빚게 될 전망이다. 자칫 신경전이 격화되면서 '비리사건 수사'라는 본지를 흐릴 우려도 있다.
피의자인 김 검사로서도 동일한 사건에 대해 두 수사기관에서 수사를 받게 됨으로써 인권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또 특임검사가 수사 차원에서 경찰에게 그동안의 수사자료 등 지원을 요청할 경우 경찰이 이에 순순히 응할 것인지도 의문으로 제기되면서 양쪽 모두 수사에 차질을 빚는 것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경찰이 검찰에 수사개시보고를 한 뒤 서울중앙지검의 지휘를 받게 될 경우도 문제다. 검찰은 이 경우에도 특임검사의 수사는 계속 진행되거나 수사가 합쳐질 수 있다는 설명이나 '결국 사건 가져가기 아니냐'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수사 대상이 검찰 간부라는 점과 '자정작용'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뒤늦게 수사에 나섰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경찰 역시 비판에서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수사 중인 사항을 피의자 기소 전에 공개했다는 지적과 함께 '피의사실 공표 논란에 휘말릴 수 있다.
검찰과 경찰은 이번 사건으로 수사권을 둔 해묵은 갈등의 재연과 함께 물러설 수 없는 구도에 놓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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