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 진통을 겪던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의 단일화 국면이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면서 막바지로 향하고 있다.
22일 두 후보의 회동에서도 접점을 찾지 못해 "단일화가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던 분위기는 안 후보 측이 내린 '결단'에 문 후보 측이 '숙고'에 들어가면서 중대한 기로를 맞았다.
양측은 이날 심야에 서로가 원하는 단일화 방식이 담긴 카드를 교환했다. 패를 먼저 뒤집은 쪽은 문 후보 측. 그러나 안 후보 측은 이를 받는 대신 다른 형태의 최후통첩을 보냈다. 문 후보 측의 수용 여부가 주목된다.
여론조사 문항에 '적합도'를 넣길 원하는 문 후보 측은 적합도 50%에 안 후보 측이 내놓은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의 가상대결 50% 방식을 제안했다.
그러자 안 후보 측에선 유민영 대변인이 즉각 브리핑을 갖고 "문 후보 측이 언급했다가 스스로 안 되겠다고 제안도 하지 않은 안"이라며 "협의할 의사가 없는 일방의 통보"로 간주했다.
아울러 박선숙 공동선대본부장이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마지막 제안을 드린다"면서 여론조사 방식으로 시종일관 고수하던 가상대결 50%와 선호도 50%로 하자고 최후통첩을 날렸다.
박 본부장은 굳은 얼굴로 "우상호 단장은 애초에 얘기했던 적합도를 다시 들고 나왔다. 이게 도대체 뭘 하자는 것인가"라면서 "문 후보 측의 중단된 협상의 최종안은 지지도였다. 그래서 두 안을 섞자는 제안을 할 것이면 정직하게 실제(가상)대결 50%-지지도 50%로 말씀해야 맞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문제로 지적됐던 역선택을 막기 위한 실무팀의 협의에 들어가자면서 민주당이 조직을 동원해 유리한 결과를 꾀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박 본부장은 "저희의 마지막 제안을 받아들여 실제 여론조사가 진행된다면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이메일, 문자 등을 통해 조직적인 착신 전환을 유도하는 등 민심을 왜곡하는 선거 부정행위는 절대 용납될 수 없다"고 선수를 쳤다.
향후 여론조사가 실시됐는데 결과가 문 후보의 승리로 나올 때 안 후보 측이 '민심 왜곡'을 이유로 이의를 제기할 가능성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비록 박 본부장은 "여론조사 자체는 이미 선거 행위에 준하는 것"이라면서 "결과를 무효로 만들 수 있는 부정과 반칙이 있어서는 결코 안 된다"고 근거를 댔지만 착신 전환 등의 참여 독려 행위가 부정과 반칙인지는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핑퐁게임이 전개되자 문 후보 측은 우상호 공보단장이 브리핑을 통해 "제안을 바로 받은 상황이라서 검토가 안 돼 있다"며 "검토를 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우 단장은 "안 후보 측 박선숙 본부장의 말씀에 디테일이 많이 포함이 되어 있다"면서 "협상이 필요한 것 아닌가 한다. 숙고도 좀 필요하다. 내일 협상팀이 만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우 단장의 브리핑 직후 문 후보 측은 긴급히 회의를 소집, 단일후보 확정 마감시한인 후보등록일(25~26일)이 임박한 가운데 나온 안 후보 측 '마지막 제안'의 수용 여부를 놓고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하지만 문 후보 측이 선뜻 받기에는 안 후보 측의 제안이 적절하지도 않고, 리스크도 높아 불만이 역력한 모습이다. 또 안 후보 측이 시간을 끌어 결국 자신들에게 유리한 주말 여론조사를 관철하려는 것 아니냐는 원성도 들린다.
우 단장이 브리핑에서 "중립(선호도)과 한 쪽에 유리한 것(가상대결)을 제안한 것 아닌가 한다"며 "저희가 시민단체의 제안(적합도 50%+가상대결 50%)을 받은 것과 (안 후보 측의 제안이) 취지가 부합하는 것은 아니다"고 불만을 드러낸 것도 이 때문이다.
결국 안 후보가 자신의 아이디어인 '가상대결 100%'를 '가상대결 50%+선호도50%'로 조정하는 '결단'을 발휘한 만큼, 공을 다시 넘겨받은 문 후보가 '숙고' 끝에 수용 또는 결렬 양자택일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향후 전개에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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