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현재 40대 이상이라면 누구나 기억할 것이다. 어린 시절 동네에는 유난히 '똥개'들이 많았다. 똥개는 말 그대로 똥을 먹는 개다.
그냥 아무데나 똥을 누면 어디선가 똥 냄새를 맡은 똥개들이 달려와 흔적도 없이 먹어치운다. 바닥까지 모두 핥아서.
그래서 '굶은 개가 언 똥을 나무라겠는가'라는 속담도 있다. 똥개가 언 똥도 가리지 않고 먹어치운다는 것인데, 사정이 급하면 좋고 나쁘고를 따지지 않고 덤벼든다는 걸 의미한다.
최근 검찰에서 벌어진 목불인견(目不忍見)의 백주대낮 조직폭력배 패싸움을 연상시키는 활극을 지켜보면서 언 똥도 마다하지 않는 똥개가 생각났다.
자신의 책임을 뒤로 하고 부하를 희생양 삼으려 했던 검찰총장, 그런 검찰총장에게 대들며 결코 당하지 않겠다며 쿠데타를 일으킨 중수부장, 이들의 싸움에 패를 갈라 우르르 몰려들던 대검 간부와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들의 모습은 언 똥이라도 먹어야겠다며 달려드는 풍경을 연상케했다.
검사 개인 한명 한명은 훌륭한 인품을 가졌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만나 본 검사들은 모두 훌륭했다. 그러나 훌륭한 개개인이 모인다고하여 그 집단이 훌륭할 것이라는 보장은 전혀 없다. 검찰도 그렇고, 국회도 그렇다.
그러고보니 검찰은 자주 개(犬)와 비유되고는 했다. 정권의 주구(走狗), 권력의 충견(忠犬) 소리를 들어왔다. 주인이 물라면 물고, 짖으라면 짖고, 물지 말라면 물지 않았다.
물론 예외도 있었다. 노무현정부 시절에는 권력자가 목줄을 놓아버리자 마치 원래부터 정의감으로 똘똘 뭉쳤다는 듯이 물불 가리지 않고 마구 물었다. 아무나 막 물면 안된다고 충고하면 검찰권 행사에 간섭한다고 정치적 중립성 운운했다.
그리고 마침내 목줄을 풀어줬던 사람도 마구 물어제꼈다. 다시 목줄을 채운 주인에게 꼬리를 흔들기 위해서 말이다.
이런 검찰이 직급은 왜 그리 높은지 차관급만 무려 55명이다. 대체 우리나라 행정부 어느 부처에 이런 조직이 존재하는가? 다른 행정부처를 다 합쳐야 검찰과 비슷할 지경이다.
법원이 있다고? 법원은 대한민국 헌법상 대통령이 이끄는 행정부, 그리고 입법부인 국회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3권의 한 축이다. 감히 일개 행정부처의 산하기관에 불과한 검찰을 3권의 한 축인 사법부와 동일하게 대우해야 할 그 어떤 근거도 전혀 없다.
동일한 사법시험에 합격했으니 동일한 대우를 받아야 하는가? 그래서 별로 할 일도 없는 고등검찰청 만들어서 고등법원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것인가? 사법시험이 대체 왜 행정고시와 외무고시보다 더 대접을 받아야 하는지 납득할만한 사정도, 이유도 없다.
차제에 새로운 정부는 검찰 조직을 대대적으로 개편해 고등검찰청을 없애고, 차관급도 대폭 축소해야 한다. 원래 마땅히 있어야 할 자리로 되돌리는 것이 원칙에 맞고, 상식에 맞다.
세계 어느나라와 비교해봐도 대한민국 검찰같은 이상한 조직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 모든게 정권의 주구, 권력의 충견 역할을 잘 했기 때문에 내려준 보상일지도 모르겠다.
이 정도에 이르면 당사자인 검사들은 필자를 향한 적개심과 분노가 치밀어 오를 것이다. 어쩌면 현 정권이 집권연장에 성공하면 필자를 탈탈 털어볼 생각이 스쳐지나갈지도 모를 일이다. 5년 내내 많이 해봤으니 나같은 사람 하나 터는건 일도 아닐 것이다.
더구나 집권을 할 경우 가장 먼저 검찰부터 손보겠다는 야권이 정권교체에 실패하면 검찰이야 무서울게 없으니 말이다. 새로 모시게 되는 주인의 충견 노릇만 잘하면 아무나 물어도 다 용서될테니...
그러니 경북 상주 TK출신의 일개 평검사가 ''이번엔 박근혜가 된다"며 위장개혁쇼까지 선보이며 새로운 권력을 맞이할 준비를 하는 것 아니겠는가?
서울 출신의 한상대 총장이 겁도 없이 새로운 권력의 핵심인 TK(대구·경북) 출신의 중수부장을 희생양 삼으려다 오히려 쿠데타를 불러오며 불명예스럽게 물러났다는 뒷이야기도 예사롭지 않다.
이미 이명박 정권 하에서 TK출신들이 대약진을 한 상황인데, 또 다시 TK출신의 박근혜 대통령이 된다면 그야말로 검찰은 TK공화국이 될테니 일개 평검사인들 무엇이 무서웠겠는가? 비록 평검사이지만 TK출신인데...
앞에서 똥개 이야기를 했는데, 그나마 똥개는 인간이 싸지른 똥을 말끔히 치워주는 고마운 존재였다. 그래서 똥개들에게 미안한 마음마저 든다. 감히 대한민국 검찰에 비유했으니 말이다.
이렇게 쓰고나니 약간 쫄린다. 혹시 TK정권이 집권연장에 성공하면 보복을 당하지 않을까 하고 말이다. 오죽하면 딴지일보 김어준 총수가 "쫄지마 씨바"를 외쳤겠냐만은 쫄리는 건 어쩔 수가 없다. 그래서 쫄리면 뒈지라고? 기자의 자존심이 있지 그냥 죽지는 못하겠다.
그래도 혹시나해서 말인데, TK정권의 재집권이 성공하면 필자도 경북 안동 출신으로 TK에 적을 두고 있으니 좀 봐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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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에 깜짝 놀라 잠을 깨니 꿈이다. 꿈속이지만 내가 감히 이런 글을 쓰다니 덜컥 겁이 나서 심장이 떨렸다. 감히 이런 겁없는 꿈을 꾼 필자를 검찰은 부디 용서하기 바란다. 상상도 잡아가두는 세상이라지만 꿈은 어떻게 용서가 안될까?
권순욱 정치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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