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수남기자] 지난 2008년 세계 금융위기에서 비롯된 국내 경차(배기량 1000㏄미만) 판매 확산이 경기침체와 고유가 등으로 최근까지 이어지면서 '경차 전성시대'가 오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런 현상이 일시적인 것으로 내년 하반기부터 경기가 다소 회복세로 접어들 경우 사라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10일 국내 완성차 5社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올 들어 지난 10월까지 경차 판매는 모두 17만1080대로 전년 동기(15만4900대)보다 10.4% 늘었다.
◇최근 5년간 경차 판매가 급증했다. 사진은 한국GM의 경차 쉐보레 스파크.
같은 기간 소형차급(1000㏄이상∼1600㏄미만)은 12.7%, 중형차급(1600㏄이상∼2000㏄미만)은 2.8%, 대형차급(2000㏄이상)은 26% 각각 판매가 줄었다
올해 자동차 전체 판매(114만4552대)에서 경차가 차지하는 비중도 14.9%로 전년 동기보다 소폭(0.43%) 낮아지기는 했으나 여전히 10% 이상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작년에도 경차 판매는 전체 판매(121만1284대) 가운데 15.2%를 차지하면서 전년대비 15.1%의 상승세를 보였다. 반면, 소형(9%)과 중형(21%) 판매는 전년보다 줄었다. 대형차급 판매는 36.5% 증가.
이에 앞서 지난 2010년에도 경차 판매 비중은 13%(16만59대), 2009년 12%(13만5753대), 금융위기 발생 해인 2008년에도 11.6%(13만4303대) 등으로 상대적으로 높았다.
또 지난 5년 간 전년대비 경차 판매 증가율은 지난 2008년에 150% 가까운 증가세를 나타내면서 평균 38.92%로 예년의 5% 수준보다 월등히 높았다.
◇작년 경기불황에도 불구하고 이례적으로 대형차 판매 상승을 이끈 현대차 5세대 그랜저.
아울러 올해 소형(13종)과 중형(6종), 대형차급(13종)은 다양한 양산차에도 불구하고 판매가 하락했으나, 경차는 한국GM의 스파크와 기아차의 모닝, 레이 등 3개 모델이 이끌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기아의 전기차 레이도 양산되고는 있는나 판매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하지만 금융위기 이전인 지난 2001년부터 2007년까지 경차의 평균 판매 비중은 3.1%로 지난 1990년대 5% 대보다 낮게 파악됐다.
이와 관련, 업계 전문가들은 최근 들어 경기 불황과 고유가가 겹치면서 경차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의식 전환으로 고객들이 경차를 선호라는 게 아니라는 게 이들의 판단이다.
이를 감안,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새로운 경차 출시 계획이 전무하다.
현대·기아차, 한국GM, 로노삼성차, 쌍용차 관계자들은 "앞으로 국내에 새로운 경차를 내놓을 계획은 없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내년 하반기 한국GM이 스파크 전기차를 출시할 예정이지만, 충전 인프라 부족으로 판매 활성화를 기대하기는 미지수다.
◇경차 판매 상승은 경기불황과 고유가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는 분석이다. 기아차의 다목적 경차 레이.
이처럼 완성차업체들이 경차 개발과 출시를 꺼리는 이유는 수익성이 낮은데 따른 것이다.
국내 한 완성차업체 대리점 관계자는 "경차 1대를 판매할 경우 5% 정도의 마진이 남는다"고 말했다.
스파크 1.0 가솔린 기본모델(917만원) 1대를 판매할 경우 45만8500원을 차 업체가 손에 쥐는 셈. 개발비와 인건비, 유통비용, 각종 부대비용 등을 제하고 나면 실제 업체들이 경차 1대를 팔아 볼 수 있는 이익은 중대형 차량 보다 턱없이 낮다.
이로 인해 국내 완성차업체들은 경차보다 서너배, 많게는 대여섯배 마진률이 높은 중대형 차량 개발과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이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국내 지속적인 경차 보급을 위해서는 완성차업체의 다양한 경차 출시와 함께 경차를 생산하고 판매하는 기업과 경차를 구매하는 고객에게 정부가 더 많은 혜택을 정책적으로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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