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15일 제18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새 정부의 조직개편안을 마련해 발표했지만, 내용이 구체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서둘러 발표하다 보니 오히려 정책 혼선만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아직 인수위의 부처 업무보고가 진행중인 상황이어서 향후 업무보고 일정이 있는 부처들은 보고내용도 긴급히 바꿔야 하는 상황이다.
조직개편 내용도 몇개 부처의 폐지와 신설 등 큰 그림만 발표해, 추후 업무가 어떻게 이관될 것이며, 공무원의 숫자는 어떻게 변화되는지 등 구체안이 전혀 없는 그야말로 '미완성'이다.
5년전 17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작은 정부를 지향하며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시도할 때, 부처의 실국이 대국대과제로의 변화할 것이며, 장차관 규모의 변화, 공무원 감축계획까지 상세하게 한꺼번에 국민들에게 공개했던 것과 매우 대조적이다.
발표과정도 매끄럽지 못했다.
인수위는 이날 오전부터 오후 4시에 김용준 인수위원장이 직접 정부조직 개편안을 발표하겠다며 언론에 예고했지만 4시가 되어서도 김 위원장은 기자회견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4시 15분이 되어서도 발표자들이 나타나지 않자 인수위측은 4시25분으로 발표시기를 늦췄고, 이어 다시 5시로 발표시간을 최종 수정했다.
계속 발표 시간을 미뤄 '미숙함'을 드러낸데다 발표내용도 부실하기 그지 없었다. 박 당선자의 공약사항인 미래창조과학부를 신설하고 해양수산부를 부활하는 등 17부3처17청의 조직개편안을 공개했지만, 어떤 업무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동할지에 대해서는 결정된 것이 없다고 밝혔다.
신설될 해양수산부의 위치를 과거와 같이 부산으로 할지 어디로 할지에 대해 유민봉 인수위 국정기획조정분과위 간사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답했고, 행정안전부의 이름을 안전행정부로 바꾸면서 달라진 업무가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는 "국민의 안전을 위해 사회안전의 모든 기능을 안전행정부가 총괄하게 될 것"이라는 '동문서답'을 내 놨다.
이밖에도 인수위는 신설되는 미래창조과학부에 어떤 기능이 편입될지에 대해서도 "차후에 발표할 계획"이라고 전했으며, 관심을 모았던 금융조직과 관련한 개편방향에 대해서도 "이번 개편안에는 포함되지 않았다"고만 밝혀 추후 개편이 이뤄질지에 대해 모호한 입장을 표시했다.
경제부총리도 신설된다는 언급만 있을 뿐 경제부총리가 어디까지 역할을 수행할지에 대해서는 "신설되는 경제부처의 기능에 변동이 있을 것이기 때문에 거기에 따라 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인수위에 업무보고가 예정된 부처의 혼란은 더욱 가중되는 모습이다.
당장 16일에 농림수산식품부와 방송통신위원회가, 17일에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특임장관실 등이 각각 인수위에 업무보고를 하도록 예정돼 있다.
이번에 발표된 조직개편안에서 농림수산식품부는 수산부분을 신설되는 해양수산부에 떼어주도록 되어 있고, 방송통신위원회의 진흥업무도 미래창조과학부 산하로 편입되게 되어 있다.
심지어 특임장관실의 경우 폐지가 결정된 부처가 업무보고를 해야 하는 웃지못할 상황까지 생기게 됐다.
특임장관실 관계자는 "폐지를 예상하긴 했지만, 안타깝고 허탈하다"며 "업무의 종료를 위한 보고를 하게 될 것으로 본다"고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은 완성되지 않은 조직개편안을 서둘러 발표한데 대해 "언론에서 여러가지 보도가 나오고 있는데, 확정된 것은 알려서 국민의 혼란을 줄이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인수위는 앞으로 청와대와 위원회 등을 포함한 구체적인 조직개편안을 조속한 시일내에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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