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 몰래 인출' 인감위조 정교·비밀번호 일치..은행책임 없어
2013-02-04 10:45:28 2013-02-04 10:47:56
[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동거중인 여성의 통장과 인감도장을 제출하고 비밀번호까지 정확히 입력해 거액을 인출한 경우, 은행직원이 통장과 도장에 대한 기본적인 확인업무를 거쳤다면 은행으로서는 책임이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양창수 대법관)은 동거남이 자신 몰래 은행으로부터 찾은 금액을 돌려달라며 원모씨(45·여)가 낸 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패소 취지로 사건을 울산지법으로 되돌려 보냈다고 4일 밝혔다.
 
◇대법원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원고가 동거남에게 통장과 체크카드를 주고 비밀번호까지 알려 줬던 사정에 비춰보면돈을 찾아간 동거남에게 정당한 예금인출권한이 있었는지를 조사해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어 "육안에 의한 통상의 인감 대조만으로 예금거래신청서나 예금통장에 날인된 인감의 인영과 동거남이 제출한 예금청구서에 날인된 인영을 대조해 동일하다고 판단해 동거남에게 예금을 인출해 준 은행 직원들에게 어떠한 과실이 있었다고 할 수 없다"며 "피고의 동거남에 대한 예금 지급은 채권의 준점유자에 대한 변제로서 유효하다"고 밝혔다.
 
이씨는 동거 중이던 전모씨가 "친구가 화물운송을 할 수 있도록 은행계좌를 만들어 달라"고 부탁하자 허락한 뒤 예금통장과 체크카드를 빌려주고 비밀번호까지 알려줬다. 전씨는 그러나 2011년 1월 이씨의 인감도장을 정교하게 위조한 뒤 은행에 3200만원을 청구하면서 비밀번호까지 정확하게 입력해 돈을 찾아갔다.
 
이후 이씨가 '거액을 찾아갔는데도 본인확인을 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며 은행을 상대로 예금반환 청구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전씨가 예금통장을 제출하고 비밀번호까지 정확히 알고 있는 데다 인감도장 위조 역시 매우 정교했으므로 은행직원에게는 잘못이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은행직원이 본인확인을 더 적극적으로 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며 과실비율을 30%로 인정해 돈을 일부 돌려주라고 판결했다. 이에 은행측이 상고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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