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부부간 부동산 명의신탁을 한 뒤, 명의를 빌려준 배우자가 사망함으로써 그 부동산이 다른 사람에게 상속된 경우 명의신탁은 유효하므로 명의를 빌린 배우자는 그 상속인을 상대로 명의신탁 해지에 따른 소유권이전을 청구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A씨가 숨진 아내 B씨가 전 남편 사이에서 낳은 아들 C씨를 상대로 낸 소유권이전등기 청구소송의 상고심에서 명의신탁약정이 무효라고 판단한 원심을 깨고 다시 판단하라며 서울고법으로 되돌려 보냈다.
◇대법원
재판부는 먼저 판결문에서 “부동산실명법은 명의신탁약정에 따른 명의신탁등기의 성립 시점에 부부관계가 존재할 것을 요구하고 있을 뿐 부부관계의 존속을 그 효력 요건으로 삼고 있지 않고 부부관계가 해소됐더라도 명의신탁이 무효화 되는 것도 아니다”고 설명했다.
또 “부동산실명법상 부부간 명의신탁이 일단 유효한 것으로 인정되었다면 그 후 배우자 일방의 사망으로 부부관계가 해소되었다 하더라도 그 명의신탁약정은 사망한 배우자의 다른 상속인과의 관계에서도 여전히 유효하게 존속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그러나 이와는 달리 배우자 사망했다는 이유로 명의신탁을 무효로 보고 피고가 부동산들을 불법점유하고 있다고 판단한 다음 부당이득이므로 반환하라고 판결한 원심의 판결부분은 부부간 명의신탁약정 효력을 오해한 위법이 있으므로 그대로 유지될 수 없다”고 판시했다.
A씨는 1998년 B씨와 재혼한 뒤 아파트를 사 B씨 명의로 등기해놓고 임야를 매입한 뒤 그 위에 신축한 모텔 명의도 B씨로 해 놓았다. 그러나 재혼 10년 되던 해에 A씨는 B씨를 살해했고 살인죄로 기소된 A씨는 징역 7년이 확정돼 수감생활을 하게 됐다.
이 과정에서 B씨 명의로 된 아파트와 모텔 등 부동산은 B씨가 전 남편과의 사이에 낳은 아들 C씨에게 모두 상속됐다. A씨 역시 B씨의 배우자로 B씨가 사망한 경우 상속을 받을 수 있지만 B씨를 살해했으므로 상속결격자가 돼 C씨 혼자 상속하게 된 것이다.
옥중에 있는 A씨는 그러나 B씨 이름으로 부동산을 등기한 것은 배우자간 명의신탁으로 유효한 것이고 B씨의 사망으로 명의신탁계약이 해지된 만큼 C씨는 부동산을 돌려줘야 한다며 소송을 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