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아름기자] 금융위원회가 금융회사의 책임을 강화하는 보이스피싱 관련 법안을 추진하면서 은행권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금융회사의 책임에 대한 부분은 대부분 은행이 이미 시행 중인 것들로 큰 부담이 되지 않을 전망이지만 보상에 대한 부분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6일 금융당국과 은행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올 상반기 중 대출이나 신용등급 승급을 빙자한 보이스피싱 사기에 대한 보상과 금융기관 책임 범위를 법에 명문화할 계획이다.
금융위가 개정을 추진중인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에는 보이스피싱 범죄의 명확한 구성요건과 처벌조항을 신설하고 전화·인터넷 등 전기통신을 이용한 대출사기 피해금도 환급 구제대상에 포함됐다.
금융회사의 확인 의무도 강화했다. 인터넷이나 전화 등 비대면 채널을 통해 대출을 신청하거나 저축상품을 해지할 경우 금융회사는 전화 인증 또는 SMS(문자메시지) 인증을 통해 본인임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이를 위반한 금융회사는 과태료를 물고 손해배상 책임을 지도록 했다.
은행권은 별 문제될 것은 없다는 반응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9월 보이스피싱 등 전자금융 사기로 인한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본인확인 절차를 강화한 서비스를 은행권부터 시범 시행하도록 지시했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은행에서 전화, SMS 등을 통한 인증 절차를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비대면 채널을 통한 대출신청이나 상품 해지에 대해서는 저녁 7시 이전까지는 고객센터를 통해 전화 확인을 하고 그 이후에는 ARS(자동응답시스템)을 통해 명의자 인증을 받고 있다"며 "새롭게 시스템을 구축하거나 부담이 가중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은행권이 긴장을 감추지 못하는 것은 금융기관의 책임이 법적으로 명시됐기 때문이다.
그동안 은행들은 피해자가 '사기범 등 제3자가 이용자의 접근매체로 전자금융거래를 할 수 있다는 점을 알았거나 쉽게 알 수 있었다면 은행은 책임을 면한다'는 `전자금융거래 기본약관'의 면책조항을 무기로 보이스 피싱 보상을 외면해왔다.
보이스피싱 피해가 크게 늘어나면서 민원이 빗발치고 집단소송 사태로까지 번졌지만 은행들은 소비자 부주의에 의해 발생한 사고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지난해 8월 카드론 보이스피싱 피해자가 우리은행은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에서 ‘우리은행은 피해자 A씨가 입은 손실액 3600만원을 전액 배상하라’는 판결을 나왔지만 해당은행은 이에 불복, 고등법원에 항소장을 제기했다.
지난달에는 금감원이 보이스피싱 피해 민원이 제기된 은행들에 ‘피해액을 일부 보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내용의 합의 권고 공문을 발송했지만 은행들이 이를 거부했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이 통과되면 은행들이 더 이상 ‘면책특권’을 방패막이로 삼기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 관계자는 "사실 보이스피싱 보상 요구는 은행 입장에서는 매우 당황스럽다"며 "책임 소재를 가리기 어려운 부분이 많아 결국 소송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비판적 입장을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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