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증세없는 복지를 강조했지만 전문가들은 증세없는 재원마련은 사실상 말장난에 불과하다며 비판했다.
5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한국조세연구원 주최로 열린 '증세없는 세수확보 방안'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복지 등 재원마련을 위해 세수확보가 필요하다는데 공감하면서도 증세없는 세수확보는 사실상 어렵다는데 인식을 같이 했다.
증세없는 세수확보 방안을 고민하기 위해 모였지만 결국 그 해답은 찾기 어렵다는 것이 결론이다.
토론자로 나선 박기백 서울시립대 교수는 "세수가 더 들어오면 증세인데, 증세없는 세수확보라는 것이 가능하냐"면서 "세금을 누가 부담하느냐가 중요하지 얼마나 더 부담되느냐는 중요한 문제가 아닌 걸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김갑순 동국대 교수도 "어떻게 증세없이 세수가 확보될 수 있느냐"며 "(증세없는 세수확보는) 모순된 얘기 일 수 있다"고 말했다.
안현실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은 "(국민들은) 말장난 그만해라. 본질을 왜 피하느냐고 할 것"이라면서 "결국은 납세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냐가 가장 중요한 대목일텐데, '사실상의 증세'라고 하면 될 것을 '증세없는 세수확보'라고 그 저항감을 줄이려는 표현을 썼다. 나중에는 결국 욕은 욕대로 먹고 국민 저항감만 키우는 효과가 있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발제자들이 내어 놓은 증세없는 세수확보방안도 비난의 화살을 피하지 못했다.
김재진 조세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증세없는 세수확보방안으로 제시한 부가가치세 매입자 납부제도는 우리나라의 부가가치세제의 구조적이 문제 때문에 전부 적용하기 보다는 부분적으로 탈세율이 높은 부문에서만 적용이 가능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부가가치세 매입자 납부제도는 사업자가 대신납부하고 있는 현행 부가가치세 납부방식을 결제 대행인 카드사를 이용해 매입자가 직접 국세청에 납부하는 방식이다.
박기백 교수는 "부가가치세 매입자 납부제도는 일반적으로 적용하기에는 맞지 않고 탈세가 많이 일어나는 부분만 적용하면 될 것 같다"며 "매입세액공제를 받는 사업자들의 유동성 문제 때문에 반발이 심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갑순 교수는 "부가가치세 매입자 납부제도로 위장거래의 원천적인 차단이 가능할지 의문"이라며 "카드회사를 통해 납부할 경우 조세순응비용 등 행정비용이 발생하게 되어 추가적인 세수입이 어느 정도일지도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측 토론자인 김형돈 기획재정부 조세기획관(국장)도 "우리나라는 간이과세자비율이 33%까지 되고, 과세 겸 비과세업자들이 많아서 거래대금이 바로 확정이 안되는 경우도 많다. 카드사들만 유리하고 사업자들은 불리해진다는 얘기가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국장은 이어 "사업자들의 유통과정이 도매에서 소매로, 소매에서 다시 도매로 가는 등 복잡한 것이 현실이고, 신규 및 휴폐업자도 많아서 이 분들을 어떻게 다 교육시킬지에 대한 현실적인 문제도 있다"고 덧붙였다.
김학수 조세연구원 연구위원이 발제한 비과세감면 정비를 통한 세수확보방안도 현실적으로 실현이 쉽지 않은 것으로 평가됐다.
김 국장은 "비과세감면 정비에 대해서는 정부에서도 꾸준히 얘기가 나왔지만, 주로 취약계층이 반영된 것이 많아서 반영되기가 쉽지 않다. 조세특례제한법 등 법률사항이어서 국회 통과가 어려운 부분도 문제"라고 말했다.
안창남 강남대 교수는 "복지재원 때문에 비과세감면에 대한 논의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증세가 없이 복지재원을 마련할 수 있느냐"면서 "실제로 세정관리를 투명하게 엄격히 해서 15조원의 세수가 증가했다면, 정말 문제가 아닌가. 그 전 국세청장과 정부는 뭣을 했는지 답해야 할 것"이라고 촌평했다.
안현실 논설위원은 "구조적인 문제를 간과하고 나면 결국 비과세감면을 제로로 가져가야 한다는 것"이라며 "비과세감면을 무리하게 세수확보와 연결시켜 밀어붙이면 소모적인 논쟁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수봉 대한상의 조사1본부장도 "비과세감면이 세수손실로만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기업경쟁력 제고와 성장에 필요한 제도도 있다"면서 "비과세감면 정비는 제도가 만들어진 본래 목적을 생각해서 합리적인 정비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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