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소비자들은 세금을 냈지만 국고에는 채워지지 않는 이른바 증발하는 부가가치세(VAT)를 잡는 획기적인 방안이 제시됐다.
사업자가 대신 납부하고 있는 현행 부가가치세 납부방식을 카드사가 중간에 국세청에 직접 납부하는 매입자 납부방식이다.
현재 부가가치세는 소비자가 물건을 구입할 때 부가세가 포함된 가격을 지불하면 사업자가 추후 일괄해서 부가세를 정산해 국세청에 납부한다.
그런데 이 경우 중간에 사업자가 폐업하거나 도산하면 소비자는 이미 낸 세금이 국고에는 회수되지 않는 '부가세 증발현상'이 발생한다.
이런식으로 증발하거나 체납된 부가세만 연간 7조원이 넘는다.
김재진 한국조세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납세자의 날을 맞아 5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증세없는 세수확보 방안' 정책토론회에서 이같은 내용의 '부가세 매입자 납부제도'의 도입을 제안했다.
김 선임연구위원이 제안한 매입자 납부제도는 세금부담의무를 지고 있는 매입자(소비자)가 카드사를 통해서 직접 납부하는 것으로, 사업자가 특정기간별로 정산해 신고납부하는 현행 방식보다 체납이나 결손될 확률이 적다.
카드사들이 망할 확률이 훨씬 낮고, 수시로 국세청에 거래내역이 노출되기 때문이다.
카드사들이 부가세를 국세청에 직접 납부하는 대신 카드대금을 사업자에게 지불할 때에는 부가세를 빼고 주도록 하는 방식이다.
카드사의 매출은 국세청에 실시간으로 전송되기 때문에 사실상 중도에 세금이 증발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는 게 김 선임연구위원의 설명이다.
실제로 다단계인 현행 부가세 납부방식을 이용해 세금을 고의적으로 탈루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구리와 철 등 재활용 폐자원 시장, 무자료 주류와 면세유를 활용한 전문적인 조세포탈사업자, 간이과세자 및 부가세 면세사업자 제도를 악용한 탈세 등 탈세의 온상이 곳곳에 산재해 있다.
그 결과 부가세는 간접세임에도 징수결정액 대비 체납비율이 지난해 기준 11.3%에 달한다. 100만원의 세금이 부과되어도 11만3000원은 국고에 들어오지 않는 것이다. 이는 소득세 9.0%, 법인세 2.6%보다 월등히 높은 수치다.
부가세의 이러한 헛점은 부가세를 징수하고 있는 다른 나라들도 마찬가지다.
유럽연합(EU)회원국의 경우 수출업자가 부가가치세 면세제도를 악용해 행방불명되는 사기의 규모만 우리돈으로 20조7000억원에 이른다.
이에 따라 영국의 경우 일정금액 이상의 거래는 재화를 공급받는자가 직접 부가세를 납부하는 매입자 납부제도를 도입했고, 수출제품에 적용되는 영세율제도도 축소·폐지했다.
매입자 납부제도를 국내에 도입하더라도 사업자간 거래에서는 단계적인 도입이 필요한 것으로 제시됐다. 아울러 현금영수증도 전면실시되는 것을 전제로 했다. 카드사가 잡지 못하는 현금거래는 현금영수증으로 국세청에 보고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사업자와 사업자간 거래에 있어서는 부가세의 거래징수제도를 납세자의 세무이행능력과 납세자간 역학관계 등을 고려해 탄력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면서 "부가세 전가가 어려운 한계기업, 생계형 영세사업자 등에 대해서는 부가세 거래징수 특례를 운영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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