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석유 근절책 공회전)"세수확보 아닌 유류세 인하가 유일한 해결책"
주유소, 법규 허용 오차 이용 정량 주유 안해
전문가 "벌금이나 추징금 등을 유류세 인하에 활용해야"
2013-03-20 15:38:10 2013-03-20 15:40:37
[뉴스토마토 염현석기자] '가짜·탈세석유 근절대책은 누구를 위한 정책인가'
 
정부의 가짜·탈세석유 근절책이 세수확보에만 집중되면서 비난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화물 차량운전자 등 국민에게 유류세 인하 등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가야 하지만, 세수확보에만 혈안이 돼 정부에게만 좋은 일 아니냐는 불만이다.
 
전문가들과 학계에서는 석유제품 유통관리 강화와 단속 강화와 같은 정책보다는 가짜·탈세석유가 제조·유통의 근본 원인인 '높은 유류세'를 내리는 것만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입을 모았다.
 
◇정부, 세수확보에만 '올인'..정량검사 강화 등 실생활 정책은 '제로'
 
20일 업계 등에 따르면 정부의 가짜·탈세석유 근절방안은 ▲수급보고 전산화 정책으로 인한 석유제품 유통관리 강화 ▲석유관리원을 통한 노상검사 강화 ▲국세청 가짜석유 담당인원 증대 등 세수확보를 위한 방안에 집중돼 있다.
 
학계 등에 따르면 '가짜석유' 제조·유통으로 인한 탈세액과 정품기름을 판매하며 법망을 피해 탈세한 된 금액은 연간 10조원으로 이를 전부 회수할 경우, 리터(ℓ)당 300원의 기름값 인하를 가져올 수 있다.
  
그러나 차량 운전자들은 정부의 근절대책이 세수확보에만 집중돼 있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확보된 세수가 차량 운전자 등 국민들에게 유류세 인하 등의 실질적 혜택으로 전혀 돌아오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경기도 화성시에서 석유관리원직원들이 '차량연료 무상검사' 서비스 신청을 받고 있는 모습
 
특히, 가짜석유 근절도 좋지만 주유소에서 휘발유·경유 등 석유제품 정량 주유 등 국민들의 체감할 수 있는 대책들이 나오고 있지 않고 있어 불만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실제로 경기도에서 화물 운송업에 종사하는 김 모씨는 "유사시를 대비해 20ℓ 말통에 경유를 받아 놓지만 주유소마다 들어가는 양은 제각각"이라며 "가짜석유도 문제지만 휘발유, 경유를 정량 주유하는 양심 주유소가 없다"고 토로했다.
 
주유소 업계와 정부에 따르면 법적으로 허용된 주유기 오차 범위는 0.5%로 20ℓ 기준으로 ±100㎖ 이내다.
 
지난해 주유기 평균 오차는 60㎖ 정도로 금액으로 환산하면 5만원 주유 시 150원 정도다. 지난 2012년 휘발유 소비량(114억ℓ, 1ℓ당 2000원)을 기준으로 684억원에 달한다.
 
김진우 한국석유관리원 수도권본부 본부장은 "주유소 단속을 하다 보면 대부분 법으로 허용하는 범위에서 정량 주유를 하지 않는다"며 "법적으로 허용된 오차를 이용해 판매하면 매달 2명의 아르바이트생 월급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주유기 검정오차율은 지난 1980년대 저울을 가지고 단속할 때 방법 그대로"라며 "주유기가 발달했기 때문에 현행 허용 범위인 오차율 0.5%를 0.1%까지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형건 대구대학교 교수는 "가짜석유 근절방안에 따른 혜택이 결국에는 국민에게 돌아가야 할 것"이라며 "가짜석유 탈루액으로 인한 이득을 국민과 지자체와 나눈다면, 일본과 같이 단기간에 가짜석유를 근절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발단은 '높은 유류세'..해답은 '유류세 인하'뿐
 
전문가들은 가짜·탈세석유의 근본 원인은 결국 높은 유류세 때문이라며 유류세를 낮추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창의 관동대학교 교수는 "가짜석유가 기승을 부리는 것은 결국 비싼 유류세 때문으로 정부나 석유유통 업계가 무슨 대책을 내놓더라도 유류세가 인하되지 않는다면 가짜석유는 여전히 기승을 부릴 것"이라고 말했다.
 
가짜석유 유통량이 많은 나라들은 ▲높은 유류세 ▲유종 간 격차가 큰 유류세 등 유류세 문제가 공통점이다.
 
◇가짜·탈세석유는 주로 공사장 등에서 홈로리 차량을 이용해 게릴라식으로 유통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3월 둘째 주 휘발유와 경유 유류세는 ℓ당 각각 927원, 692원으로 전체 가격의 47%, 40%를 차지했다.
 
보통 가짜·탈세석유 제조업자들이 200ℓ 용량의 드럼을 200개 정도를 한꺼번에 제조해 판매한다. 판매는 보통 2주일 정도 소요된다.
 
한국석유관리원에 따르면 가짜석유 제조업자들이 가짜석유 200드럼을 유통시키면 가짜휘발유와 가짜경유는 각각 3700만원, 2800만원 가량의 세금 차익을 낼 수 있다.
 
실제 가짜석유 유통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경유에 등유를 섞는 가짜경유는 유종 간 유류세 차익을 얻기 위한 대표적인 방법으로 경유와 등유를 혼합해 만든 가짜경유는 ℓ당 230원가량의 유류세 차익을 볼 수 있다.
 
김문식 한국주유소협회 회장은 "노상검사 등을 강화해 가짜·탈세석유 제조·판매하는 업자들에 부과하는 벌금이나 추징금 등을 유류세 인하에 활용, 국민에게 혜택을 줘야 한다"며 "유류세 인하 혜택은 국민들의 가짜·탈세석유 판매업소나 업자 등을 신고하는 등의 참여와 호응을 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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