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명정선기자] 키프로스 의회가 예금 과세안이 포함된 구제금융 협상안 비준을 부결시킨 것을 두고 주요국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獨 "키프로스 구제금융 비준안 부결 매우 유감"
19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키프로스 의회는 구제금융 협상안 비준안을 표결해 반대 36표, 기권 19표로 부결했다.
이에 따라 키프로스는 구제금융 협상을 다시 하거나 재원 조달 방안을 새로 마련해야하며 그렇지 못할 경우 디폴트에 직면한다.
부결 소식 이후 제일 먼저 유감을 표명한 곳은 독일이다.
쇼이불레 독일 재무장관은 이날 "매우 유감스럽다"며 "키프로스가 파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에 응당한 대가를 치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키프로스가 지원을 요청한 것이고 지원 프로그램을 실시하려면 키프로스가 금융시장에 복귀할 수 있는 수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현재 키프로스의 채무는 위험한 수준이어서 시급한 대처가 필요하다"며 "세금을 올리거나 예금에 과세하는 것을 결정하는 것은 키프로스가 할 일이다"고 선을 그었다.
유럽중앙은행 이사회에 속한 노보트니 오스트리아 중앙은행 총재도 "키프로스가 유로존 내 잔류하려면 분별있는 행동을 취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고 견해를 밝혔다.
◇키프로스 예금과세, 위험한 선례 '비난'
하지만 키프로스 구제금융 조건으로 제시된 예금 과세안 자체가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는 비난도 만만치 않다.
특히, 키프로스내 고액 예금이 많이 예치돼 있는 러시아는 강도 높게 비난했다.
블라디미르 치조브 EU 주재 러시아 대사는 “키프로스 예금 과세 방안은 강제 몰수나 마찬가지”라며 “키프로스 은행 시스템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금은 키프로스 은행들이 휴점했지만 영업을 재개하자마자 사람들이 예금을 서둘러 빼내려 할 것”이라며 “뱅크런 사태로 유로존 전체가 위험해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팀 아담스 국제금융협회(IIF) 이사도 전일 "키프로스 구제금융 지원 조건에 예금 과세안이 포함된 것을 확인하고 매우 놀랐다“며 ”위험한 선례로 남아 유로권 위기 대응에 대한 신뢰가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예금 과세안으로 유로존을 둘러싼 채무 우려가 재부각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다른 나라에서 위기가 발생할 경우 예금자들은 이번과 같은 조치가 적용되는지 여부를 두려워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아담스 이사는 “키프로스 사태는 예금에 대한 보증이 무너질 수도 있음을 보여주는 중대한 사건”이라며 “장·단기적으로 금융시장에 미칠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필립 로우 호주 중앙은행 부총재도 키프로스 예금 과세안은 유로존이 그 만큼 후퇴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키프로스내 예금이 보호된다는 전제하에 금융지원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며 ”그렇지 않을 경우 유로 지역 각국으로 불안이 확산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