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J, 구로다 체제 출범..엔화 약세 부추길까?
아베노믹스의 관건은 '재원 마련'
일본은행 '양적 완화'..엔화 약세 우려
IT·조선·철강·화학 제한적, 자동차·기계 우려
2013-03-23 08:00:00 2013-03-23 09:13:28
[뉴스토마토 김미연기자] "양적으로도 질적으로도 대단한 통화완화책을 내놓겠다"
 
지난 20일 구로다 하루히코 전 아시아개발은행 총재가 일본은행의 신임총재로 취임하며 이같이 언급했다. 구로다 총재가 아베노믹스의 적극적 찬성론자로 알려진 가운데 엔화 약세에 따른 국내 기업들의 실적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일본은행의 신임 지도부는 다음달 3~4일로 예정돼 있는 금융정책회의에서 자산매입기금의 증액과 대상 확대를 중점적으로 논의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이 회의에서 첫번째 조치가 다루어지는 만큼 정책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기존 금융정책과의 차별화를 고려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구로다 총재 '아베노믹스' 본격 시작..관건은 '재원 마련'
 
구로다 총재는 취임사에서 "2년 내에 2%의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강구할 준비가 돼 있다"며 "여기에는 예정보다 빨리 무제한 자산매입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이같은 아베노믹스의 관건은 '재원 마련'이라는 분석이다.
 
박상민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이에 대해 '세수 확대'와 '국채 발행' 두 가지가 고려된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일본은 세수 확대를 위해 소비세를 인상할 경우 그에 따른 소비 위축이 더 두려운 상황"이라며 "더욱 현실적인 방안은 국채 발행"이라고 말했다.
 
현대증권은 일본의 자산매입 시스템에 대한 시장의 예상을 세 가지로 정리했다.
 
첫째는 히라가와 전임 총재에 의해 결정된 무기한 국채 매입(개방형 국채 매입) 시기가 당초 2014년 시행에서 2013년 하반기 시행으로 당겨질 가능성이다. 둘째는 일본은행이 유가증권과 국채의 매입대상을 확대할 수 있다는 것. 셋째는 일본은행의 월간 국채매입 규모를 확대하는 방안이 예측되고 있다.
 
박상민 연구원은 "국채발행의 경우 시장을 만족시키기 위해서 더 높은 금리가 필요한데 이 경우 일본 정부의 이자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며 "금리가 하락해도 국채를 지속적으로 매입해주는 역할은 '일본은행'의 몫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은 양적완화..엔화 약세 부추길까?
 
일본의 양적완화 정책에 따라 아베 정권의 경기부양책은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이에 엔화 약세에 대한 우려가 깊어지면서 국내 기업과 증시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러나 시장의 우려와 달리 엔화 약세가 속도 조절에 들어갈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박 연구원은 "정책 공조를 위해 국채매입 계획이 앞당겨지더라도 총자산의 순증 규모는 제한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는 실질적인 유동성 방출량이 제한적이라는 것을 의미하는데, 일본은행은 정부의 부족한 재정을 메워주는 선에서만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일본 정부와 중앙은행의 정책공조에 대한 기대감은 이미 엔·달러 환율에 상당 부부분 반영됐기 때문에 엔·달러 환율은 92~98엔 구간에서 속도 조절에 들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그럼에도 일본은행의 본격적인 양적완화가 나타날 2분기 이후 엔화의 약세가 추가로 진행된다면 달러화 인덱스의 상승탄력이 강화될 수 있어 상품시장은 당분간 조정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이영원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95~96엔대를 넘어 100엔에 근접하는 약세가 이어질 경우, 원화의 약세 전환에도 불구하고 한국 기업에 대한 실적 우려가 부각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엔화 약세 영향..IT·조선·철강·화학 제한적, 자동차·기계 우려
 
삼성증권은 "엔화 약세에 따라 일본과 수출 경합도가 높은 국내 업종들에 대한 투자심리가 약화되고 있다"며 "주요 업종들의 실적모멘텀에 미치는 영향력을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IT관련주의 경우 금융위기 이후 한·일 기업간 경쟁력 차이가 확대되면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휴대폰 부문을 중심으로 한국 IT기업들의 실적 호조세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조선업종 역시 국내 조선사들이 고부가선 위주로 제품군을 개선하면서 저부가선 위주의 일본 조선사 대비 이익 모멘텀 우위를 지속할 것으로 평가했다.
 
철강과 화학업종의 경우에도 일본 업체들의 가격경쟁력 강화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엔화 약세로 인한 영향력은 제한적일 것으로 봤다.
 
그러나 자동차와 기계업종은 다소 타격이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일간 자동차업종의 명암은 엔화 방향성의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에 앞으로 일본 자동차주의 이익 모멘텀이 한국 자동차보다 커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내 기계업종도 일본 업체들의 단가 인하 영향으로 올해 역성장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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