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준호기자]“라면을 사먹을 돈이 없고, 우유 마실 여유가 없는 상태에서는 콘텐츠 생산자들에게 창조산업을 말할 수 없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17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누리꿈스퀘어 비즈니스타워 3층 국제회의실에서 개최한 ‘창조경제와 콘텐츠 세미나’에서 주요 참석자들은 거창한 구호나 아젠다보다는 개인 창작자나 중소 콘텐츠 제작사에게 실질적으로 필요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제연합무역개발협의회(UNCTAD)에 따르면 창조산업이란 문화콘텐츠·소프트웨어·패션·디자인 등의 분야를 뜻한다.
이날 첫 번째 발표를 맡은 고정민 한국창조산업연구소장은 우리나라에서 창조산업은 문화콘텐츠·소프트웨어·패션·디자인 등에 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ICT)이 포함된 새로운 개념으로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발표후 이어진 토론에서 업계 관계자들은 창조산업의 발전을 위해서 정부는 콘텐츠산업 종사자들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판을 필요하고, 문화콘텐츠 산업의 발전을 위해 규제와 보호 정책을 다시 손질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가장 먼저 토론에 나선 영화 ‘실미도’ 시나리오 작가인 김희재 올댓스토리 대표는 “창조산업에 대해서 이렇게 많은 논란이 벌어지는 이유는 ‘창조’라는 거대한 개념과 산업이 결합되면서 그 영역을 명확하게 나누지 못하면서 시작된 것 같다”며 설명을 시작했다.
김 대표는 “작가의 활동과 같은 개인의 창의력이 발휘되는 부분에서 경제적인 부분으로 연결되는 과정에서 국가 기관이 무엇을 해 줄 수 있느냐를 고민하는게 창조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며 “개인의 창조력이 사장되지 않게 하는 일, 즉 창작자들이 굶는 일이 없도록 최소한의 안전판을 마련해 주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우리에게 현재 필요한 것은 해리포터, 아바타, 페이스북처럼 산업의 개념 자체를 바꾸는 플랫폼 이노베이션보다는 변화된 플랫폼 아래서 새로운 창조력을 발휘할 수 있는 프로젝트 이노베이션이 우리에게 필요한 창조산업 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서 토론에 나선 김효상 한국무선인터넷콘텐츠협회장도 “아무리 창조적 재능이 뛰어난 창작자라도 라면을 못 끓여먹거나, 우유를 마실 여유가 없다면 창의적인 작품이 결코 나올 수 없다”며 “가장 밑단에서 출발하는 사람들을 위한 안전판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예를 들어 스마트폰 게임을 만드는 수많은 소규모 업체에서 돈이 없어서 테스트용 스마트폰을 구입하지 못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정부의 관심을 촉구했다.
이외에도 영화 ‘7번방의 선물’의 투자배급을 맡았던 NEW의 장경익 영화사업부 대표는 “만약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이었다면 유튜브에서 15억번의 조회수를 기록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라며 “영화와 같은 문화산업에 대한 등급분류 기준을 완화해야 콘텐츠 제작자들의 창조력을 북돋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장대표는 또한 도덕적 문제에 머물러 있는 국내 콘텐츠 불법복제에 대한 인식도 창조산업을 육성하는데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국가가 콘텐츠 제작자를 위한 안전판 역할을 할 수 있다면 지금이 바로 창조경제를 펼칠 수 있는 ‘적기’라는 의견도 제시됐다.
유튜브 파트너십을 총괄하는 서황욱 구글코리아 상무는 “지금은 한국의 ‘곰세마리’라는 동요를 가지고 인도에서 콘텐츠를 만들어 유튜브를 통해 한국에 유통시키는 시대다”며 “과거와 달리 미디어의 생산·유통 비용과 시간이 급속히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세미나는 2개 세션에서 주제발표와 토론이 진행됐다.
제1세션에서는 고정민 한국창조산업연구소장의‘산업과 문화가 만나는 창조경제시대, 콘텐츠산업의 역할과 방향’에 대한 발표와 토론이 이어졌으며, 제2세션은 ‘상상력 기반의 콘텐츠산업 육성을 위한 정책 아젠다’라는 주제로 정책과제로 제시된 ▲콘텐츠 코리아 랩 ▲콘텐츠 금융투자 ▲창의적 융합인재 양성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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