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승수기자] 정부가 국가 통계의 공신력을 높이겠다며 국가승인통계 작성기관을 변경해 놓고 여전히 민간의 통계를 활용하고 있다. 정부는 민간 통계의 신뢰도와 공신력이 떨어진다는 이유를 들어 주요 지표로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한국감정원은 올 1월부터 KB국민은행으로부터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를 이관 받아 아파트 관련 지수를 공개하고 있다.
지난 2010년 6월 제2차 국가통계위원회는 부동산통계선진화방안의 일환으로 주택가격 통계의 국가승인통계 작성기관을 한국감정원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심의·의결했다.
이는 국가 핵심 정책과 주택대출 등의 기준으로 활용됨에도 불구하고 중개업소가 ‘부르는 값’으로 지표가 결정된다는 문제점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고 공신력을 확보하기 위해 정부는 한국감정원을 투입했다.
◇굳이 이관하더니 여전히 민간 통계사용..공신력 어디에?
하지만 실상은 한국감정원을 국가 지정 공식 주택가격조사기관이라고 말하기가 무색할 정도다. 정부정책 수립을 위한 핵심지표로 여전히 KB국민은행 주택가격 통계가 이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1월 관계기관 합동 부동산대책을 발표했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내놓는 부동산대책으로 국토교통부,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등 주택 관련 핵심 부서가 모두 모였다.
합동기관은 대책 내용을 발표하기 앞서 주택시장 동향을 설명하며 “수도권 주택가격은 전반적인 침체상황에서 과천·분당·용인 등 외곽 신도시 중심으로 하락폭이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KB국민은행으로부터 자료를 받아 수도권 주택가격 증감률과 고점대비 하락폭을 제시했다.
◇4.1부동산대책 설명자료
국가 물가를 관장하는 한국은행도 주택시장의 상황 근거를 설명하기 위해 KB국민은행의 자료를 사용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기준금리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매월 둘째 주 목요일 기준금리를 발표한다. 시중은행의 예금과 대출 금리를 결정하는 핵심 잣대기 때문에 부동산시장에서도 관심이 크다.
한국은행은 지난 11일 기준금리 동결 배경으로 주택시장 상황에 대해 ‘주택매매가격은 수도권에서는 하락세를, 지방에서는 완만한 상승세를 이어갔다“고 설명했다.
마찬가지로 근거자료로 KB국민은행 자료를 사용했다.
◇4월17일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보도자료
국토부 관계자는 “감정원이 국가통계기관으로 사용된 것은 올 1월부터로 시장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과거 데이터가 필요하기 때문에 국민은행 자료를 사용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감정원은 KB국민은행으로부터 상당수 과거 주택관련 자료를 넘겨받아 개선된 지수방식을 적용한 신주택가격동향조사와 지난해 12월까지 KB국민은행 변동률을 반영한 구주택가격동향조사 자료를 함께 공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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