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 배출한 연구원..`낙하산`만 기다려
2013-04-19 08:06:32 2013-04-19 08:09:00
[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한국 사회 브레인역할을 하고 있는 국책연구기관의 기관장들이 몇달 째 자리를 비우고 있다.
 
일부 기관장의 경우 박근혜 정부 들어 장관급으로 발탁되면서 공석이되긴 했지만, 다른 일부는 별다른 이유 없이 공모조차 진행되지 않고 있어 의혹이 더해지고 있다.
 
18일 국무총리실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와 각 국책연구기관에 따르면 23개 국책연구기관 중 한국개발연구원(KDI), 한국농촌경제연구원, 한국조세연구원, 산업연구원, 통일연구원 등 5곳의 연구원장이 현재 공석이다.
 
KDI의 경우 현오석 전 원장이 지난 2월17일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내정 된 이후 두달 동안 부원장 대행체제로 운영되고 있으며, 같은 날 이동필 전 원장이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 내정된 농촌경제연구원도 기관장 없이 두달을 보냈다.
 
청와대 경제수석을 배출한 조세연구원도 조원동 전 원장이 자리를 비운지 벌써 두달이다.
 
고위공직자들을 배출한 연구원들의 사정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통일연구원의 경우 특별한 이유없이 사실상 6개월여 동안이나 원장 자리가 비어있다.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이 지난해 10월말 사표를 낸 후 두달여만에 김동성 중앙대 명예교수가 신임 원장에 임명됐지만, 김 원장도 두달을 채우지 못하고 지난 2월 1일 건강상의 이유를 들며 돌연 사퇴했다.
 
더 큰 문제는 네 곳 모두 신임 원장의 임명이 시급한 상황이지만 공모절차조차 진행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KDI 관계자는 "최근에 4월 중에 공모가 진행된다는 얘기가 있었는데 다시 또 깜깜무소식이다. 도대체 언제 공모가 시작될지, 원장이 언제 오실지 직원들도 궁금해 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원장의 임기가 끝나 공모절차가 진행중이던 산업연구원의 경우 이유 없이 공모가 중간에 중단된 상황이다.
 
산업연구원 원장후보자심사위원회가 지난 3월18일 총 9명의 후보자 중 3명을 최종 3배수 후보로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회에 추천했지만 최종적으로 원장을 결정하게 될 이사회는 한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열리지 않고 있다.
 
산업연구원 관계자는 "송병준 원장의 임기가 3월21일까지 여서 임기는 끝난 상황이지만 정관에 따라 후임자가 정해질 때까지 송 원장이 원장직을 계속하고 있다"면서 "이사회가 열려야 결정이 될 텐데 아직 일정도 안잡힌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모두 공모절차를 진행해야 할 이사회가 열리지 않기 때문에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다.
 
이에 대해 경제인문사회연구회측은 이사회 구성원들이 일정을 조율하지 못해 이사회 자체가 열리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회 관계자는 "이사회 멤버들인 각 부처 차관과 대학교수들이 일정이 서로 맞지 않아서 후보자 공모와 심의위원회 구성을 못하고 있다"면서 "미래부와 법무부 차관은 공석이고, 나머지 차관들도 임명된지 얼마 되지 않아 부처 업무보고를 준비하다 보니 일정을 못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회는 이사회장과 당연직 이사 8인, 선임직 이사 7인으로 구성되는데 당연직 이사는 국무총리실 국무차장, 기획재정부 2차관, 미래창조과학부 차관, 교육부 차관, 외교부 1차관, 통일부 차관, 법무부 차관, 안전행정부 1차관 등이 포함돼 있다.
 
결국 박근혜 정부의 장차관 인사와 후속 고위공직자 인사가 늦어진 것이 연구원장 인사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셈이다.
 
이와 관련 부처 고위공직자 인사에서 탈락된 인사를 연구원장에 떨어뜨리기 위해 공모절차 자체를 고의적으로 늦추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연구원장에는 부처 고위공직 출신이 공모단계에서부터 사실상 내정되는 수순이 심심찮게 있어왔다.
 
조원동 경제수석도 지난해 조세연구원장에 임영될 당시 연구원 출신의 내부인사들과 경합해 이겼지만, 이명박 정부의 보은인사라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조 수석은 이전 정부에서 세종시 수정안 처리에 앞장서는 등 왕성히 활동했지만 국무총리실 차관급으로 공직을 마친 후 마땅히 후속 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었다.
 
후임 원장을 기다리고 있는 한 연구원 관계자는 "정말 일정상의 사유로 이사회가 열리지 못하고 있는 것인지 '더 높은 곳'에서 어떤 의중이 있는 것인지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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