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보라기자] 중소기업계가 모처럼만에 정부로부터 큰 선물을 받았다.
김덕중 국세청장이 중소기업중앙회를 방문해 세무조사 최소화 등 중소기업계 지원을 위한 실질적 대책을 내놨다. 이를 위해 중기업계와 국세청 간 협의체가 마련된다. 또 개성공단 입주기업을 비롯해 관련 협력업체들에게도 부가가치세 납부기한 연장 등을 약속했다.
중기중앙회는 22일 오후 김 청장을 초청해 국세행정 운영방향 관련 간담회를 열었다. 업종별 중소기업인 40여명으로 구성된 대표단이 최근 강화되고 있는 국세청 움직임에 대한 우려를 털어놓자 김 청장은 중기에 대한 세무조사는 없을 것이라며 불안 잠재우기에 주력했다.
◇세무조사 최소화.. '세정지원협의회 신설'도 큰 수확
이 자리에서 김 청장은 지하경제 양성화 명분으로 전방위적으로 세무조사가 강화될 것이라는 지적이 있자 "중소기업계의 우려를 이해한다"면서 "세무조사는 대재산가, 고소득 자영업자, 민생침해 탈세자, 역외 탈세자 등 누구나 공감하는 탈세 혐의가 큰 분야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청장은 무엇보다 소액생계형 서민경제나 중소·지방기업에 대한 통상적 경영활동은 조사대상에서 제외될 것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중소기업과 지방기업에 대해서는 조사비율을 최소화하고, 조사기간 단축 및 세무컨설팅 위주의 간편조사를 확대해 세무조사 부담이 실질적으로 완화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중소기업 가운데 정기조사 선정에서 제외하는 장기계속 성실사업자의 요건도 대폭 완화키로 했다. 수도권의 경우, 현행 25년 계속 사업자에서 20년 계속 사업자로 기간을 5년 완화해 많은 기업이 세무조사 부담을 벗어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또 사업실패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연간 매출액 10억원 이하의 재기(再起) 중소기업은 올해 말까지 징수유예 기간을 최대 18개월까지 연장하고, 납세담보면제 금액도 1억원으로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특히 이달 안으로 중소기업중앙회와 국세청이 '중소기업 세정지원 협의회'를 신설키로 한 것도 큰 수확이다. 김 청장은 "협의회 운영을 제도화해서 분기별로 양 기관이 만나 흔히 손톱 밑 가시라 불리는, 세정현장에서의 불합리한 관행을 발굴하고 개선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22일 오후 김덕중 국세청장을 초청해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회의실에서 국세행정 운영방향 관련 간담회를 개최했다. (사진 왼쪽 3번째부터 김덕중 국세청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송재희 상근부회장)
◇국세청, 개성공단 입주기업 부가세 납부기한 연장키로
개성공단 입주기업에 대한 지원책도 마련돼 입주 기업인들의 걱정을 덜었다는 평가다. 김 청장은 최근 남북관계가 긴장 일변도로 치달으면서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의 경영 어려움이 가중된 것으로 인식했다.
김 청장은 어려움을 해소하는 차원에서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에 한해 ▲4월 부가가치세 납부기한을 최대 9개월까지 연장 ▲조기환급 실시 ▲세무조사 선정 기업에 대해서는 공단 정상화까지 세무조사 면제 등을 약속했다.
이에 대해 한재권 개성공단 입주기업협의회장은 "개성공단 사태 후 정부에 여러 가지를 건의했지만 오늘 간담회에서 첫 번째 해결책을 받은 것 같다"면서 환영한 뒤 "실제 입주기업 123개 뿐 아니라 2차, 3차 협력사까지 5000개가 넘는 기업들에 대해서도 관련 혜택을 줬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김 청장은 마무리 발언을 통해 "개성공단 입주기업과 거래관계로 경영애로를 겪는 기업들에 대해서 입주기업과 동일한 지원을 할 것"이라고 답해, 사실상 제안을 받아들였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서 국세청 소관업무와 관련한 중소기업의 주요 경영애로 사항으로 ▲중소기업회계기준 홍보 및 인센티브 부여 ▲개성공단 입주업체에 대한 세금징수 유예 ▲PC방 추정수입금액 과다산정방식 개선 ▲중소기업 세무조사 완화 ▲중소기업 가업승계요건 완화 등이 거론됐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