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현대차가 지난해 대규모 리콜과 과장연비 논란에 더해 엔저를 앞세운 일본 자동차의 공세로 미국, 유럽 등 해외 주요시장에서 판매가 감소한 가운데 현대차 의존도가 높은 현대제철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현대제철이 열연강판을 생산하면 이를 현대하이스코가 매입해 냉연강판으로 가공, 현대기아차가 완성차에 사용하는 구조다.
이 같은 수직계열화를 통해 현대제철과 현대하이스코는 조선업 불황에도 안정적인 수요처를 보장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반대로 현대·기아차의 판매 또는 생산량이 감소할 경우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단점도 있다.
현대·기아차의 올 1분기 미국 판매량은 29만 여대로 전년 동기 대비 3.4% 감소했고, 시장 점유율(7.9%)도 전년(8.7%)보다 0.8%포인트 떨어졌다.
유럽 수출물량도 1만2873대에 그쳐 전년 동기 대비 20%나 줄었고 인도, 러시아 등 신흥 시장도 수요가 줄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지난달부터 이달 말까지 7주 가량 노조가 주말 특근을 거부하면서 차량 4만8000여대, 금액으로는 1조원 가까운 생산 차질을 빚었다.
반면 현대·기아차의 이 같은 상황에도 현대제철의 현대자동차그룹 내부거래액은 지난해 4조원을 돌파하는 등 계속해서 의존도를 높여가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제철의 내부거래 비중은 2009년 11.2%, 2010년 16.6%, 2011년 24.5%, 2012년 30.5%로 꾸준히 증가했다.
자동차 산업의 특성 상 수직계열화나 계열사 간 거래 비중이 높은 점을 감안해도 거래 비중이 30%를 넘길 경우 '일감 몰아주기'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국세청은 오는 7월부터 대기업이 거래 비중 30%를 초과한 일감을 계열사에서 받을 경우 일감 몰아주기 과세 대상으로 지정해 세금을 부과한다. 다만 총수 일가와 특수 관계인이 해당 계열사 지분을 3% 넘게 갖고 있을 때만 이를 적용한다.
현대제철의 경우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12.52%의 지분을 보유, 기아차(21.29%)에 이어 2대 주주로 국세청이 추진하고 있는 일감 몰아주기 과세 대상에 해당될 수 있다.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고로 1, 2기에 이어 오는 9월 총 3조2000억원 가량의 자금이 투입된 고로 3기가 완공된다.(사진제공=현대제철)
현대·기아차의 해외 판매 감소 외에도 현대제철의 한숨이 깊어지는 이유가 하나 더 있다. 오는 9월 당진제철소 제3고로 완공을 앞두고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당진제철소 제3고로에는 총 3조2000억원 가량의 자금이 투입되는데, 이중 2조4000억원은 이미 투자됐고 오는 9월 완공 전까지 7800억원 정도가 더 들어가야 한다.
현대제철은 이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최근 현대카드 지분 872만9750주를 현대차에 1751억6200만원에 처분했다. 또 다음달 중으로 2000억~30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1분기에는 1월에만 4차례에 걸쳐 46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한 바 있다. 다음달 26일 600억원, 9월 11일 3000억원 등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를 제외해도 앞으로 갚아야 할 회사채가 3조원에 육박한다.
한 시장 전문가는 이에 대해 "제3고로 건설을 위한 회사채 발행이 늘어 총 차입금 규모는 커졌지만 전 분기에 비해 금리가 인하돼 이자비용은 오히려 줄었다"며 "오는 9월 제3고로 완공 이후부터는 재무구조가 안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