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용식기자] 연간 거래액 8000억원, 회원수 1800만명, 임직원 850명, 모바일 전자상거래 1위.
소셜커머스 기업 쿠팡이 창사 2년6개월 만에 거둔 성적표다. 이제 쿠팡이 스타트업(신생) 기업을 넘어 명실상부 인터넷업계 ‘거인’이 됐다는 데 이의를 다는 사람은 없다.
그렇다면 비결은 무엇일까. 2일 국내 최대 스타트업 기술 컨퍼런스 ‘비런치(beLAUNCH) 2013'에서 발표자로 나선 김범석 쿠팡 대표(사진)는 ‘스타트업이 저지르기 쉬운 실수’를 주제로 벤처경영과 조직문화에 대한 경험을 공유했다.
김 대표에 따르면 쿠팡의 고도성장 뒤에는 그만큼 빠른 시장 트렌드 변화가 있었다. 예전보다 창업 실패비용이 훨씬 높아졌으며, 직접 경험을 통해 배우기보다는 다른 사람의 경험을 나누는 게 이익이라는 것이다. 그는 크게 네 가지를 조언했다.
◇ 조언1 - 하나에 집중한다
모든 것을 다 잘하려고 하는 것. 경험이 부족한 스타트업 기업이 빠지기 쉬운 함정이다. 하지만 벤처 특성상 ‘선택과 집중’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예컨대 항공시장은 경쟁이 치열하고, 성장이 더딘 곳이다. 여기서 두각을 나타낸 기업이 미국 ‘사우스웨스트에어라인’과 유럽 '스칸디나비아항공‘. 이 둘은 각각 ‘최저가 전략’과 ‘비즈니스 고객 잡기’를 통해 생존에 성공했다.
김 대표는 “다른 것을 다 놓쳐도 딱 하나만 달성하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으면 창업자 머릿속이 정리되지 않은 것”이라며 "쿠팡은 수많은 목표 중에서 ‘고객만족’ 하나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 조언2 - 고객이 우선이다
기업 초창기에는 당장 생존이 어렵다. 따라서 매출을 내고, 경쟁기업을 견제하는 등 가시적 성과가 중요해진다. 그래야 조직원 결속과 투자금 유치를 모색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기 성장을 위해서는 고객만족이 가장 요구된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지만 막상 실행하기는 힘든 것이다. 김 대표는 “기업이란 고객이 떨어뜨린 빵조각을 향해 움직이는 비둘기와 같다”고 주장한다. 쿠팡은 매출이 작았을 때도 콜센터 규모를 업계 최대 규모로 키웠다.
아울러 회사직원을 뜻하는 ‘내부고객’에 대한 대우도 좋아야 한다. 쿠팡이 벤처기업임에도 불구하고 구성원 상대로 매년 건강검진을 실시하고, 가족보험을 들어주는 것도 이 때문이다.
◇ 조언3 - ‘한국적’이라는 말에 속지 말자
김 대표는 7살에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 이로 인해 한국에서 인맥과 경험이 없어 많은 고생을 했던 것은 불문가지. 당시 그에게 “한국에서는 이렇게 해야 돼”라며 조언을 하는 사람이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문화결정론에 빠지면 안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오히려 문화마다 가진 장점을 잘 섞어 예상 외의 성과를 노려야 한다.
그는 “쿠팡의 경우 평등하고 상호보완적인 미국식 개발문화를 받아들였다”며 “초반에는 조직원들의 거부반응이 있었지만 이제 제대로 정착이 됐다”고 밝혔다. 여기에 조직 응집력이 강하고, 대응이 신속한 한국 특유의 문화를 살린 점이 회사성장의 원동력이 됐다는 설명이다.
◇ 조언4 - 회사성장에 따른 조직구성은 매우 중요하다
경영자로서 가장 어려운 결정은 ‘인사문제’다. 회사가 성장하는 것에 맞춰 조직구성을 잘 해야 한다는 것.
예를 들면 초반에는 가족처럼 일했던 동료가 시간이 흘러 직책만큼 역량을 갖추지 못할 때가 있다. 벤처기업이라면 당연히 실력주의 문화가 있어야 하는데 이를 계속 방치한다면 조직에 독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많은 경영자들이 감정에 이끌려 결정을 미룬다. 이는 불안정한 ‘블럭쌓기’로 비유가 가능하며, 그 한 사람을 지키기 위해 회사는 많은 리스크를 안고 갈 수 밖에 없다. 워낙 민감한 이슈인 만큼 김 대표도 회사 사례를 들지 않았다.
한국시장은 매력적이고 성공토대 또한 잘 갖춰졌으나 에코시스템(생태계)이 없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그는 “쿠팡은 갈 길이 먼 기업이지만 조금이라도 성공경험을 나누고자 행사에 참여하게 됐다”고 발표 취지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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