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송주연기자] 저성장·저금리 기조가 장기화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국내 은행들의 실적 악화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1분기 실적이 시장 전망을 한참 밑도는 어닝 쇼크를 기록하자 우리보다 먼저 저금리 10년을 경험한 일본 은행들이 어떻게 불황의 늪을 탈출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
◇일본 VS 한국, 경제상황 달라도 은행 경영환경 악화는 동일
일본은행(BOJ) 조사통계국에 따르면 일본의 기준금리는 1980~1989년 평균 4.73%에서 1991~2000년에는 평균 1.64%로 낮아졌다. 이후 2001~2011년 기준금리는 평균 0.13%로 주저앉으며 사실상 제로금리 시대에 돌입했다.
1980년대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자산버블을 형성하며 호황기를 누렸던 일본경제는 버블 붕괴 이후 자산 가격 급락과 금융기관 파산, 정부부채 급증 등 극심한 경기침체를 겪으며 장기 저금리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이 기간 일본은행들은 금리하락과 더불어 자산성장 정체, 예대금리차 하락, 부실채권 증가 등으로 경영환경이 급속히 악화됐다.
일본은행들은 1980년대 후반 연평균 자산 성장률이 14%에 육박하며 전 세계에서 총자산이 가장 많은 은행 1~5위를 모두 석권할 만큼 성장가도를 달렸다.
하지만 자산 버블 붕괴 후 경영환경이 악화되면서 대출증가율은 1980년대 평균 13.6%에서 1992~2011년 평균 0%로 급락했고, 예대금리차는 버블 이전 3%대에서 최근 1% 수준으로 하락했다.
일본은행들은 1992년 이후 매년 수조엔 이상의 부실채권 정리에도 부실채권 비율이 떨어지지 않아 충당금 적립이 급증했고 결국 수 조원 규모의 당기순손실이 발생하는 등 실적 악화를 초래했다.
일본이 겪은 장기불황과 국내 경제상황에는 차이가 존재하지만 국내은행 역시 글로벌 위기의 장기화, 대내외 성장 동력 약화에 따른 장기 저성장 국면에 처해있다.
국내 은행산업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구조적으로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
경제성장률 둔화와 함께 예대율 규제 시행 등으로 은행들이 보수적 여신정책을 추진하게 됐고 유럽위기 및 경기침체 장기화로 대출수요가 감소했다.
최근 은행 간 경쟁심화로 예대마진은 2003년 3.4%포인트에서 2008년 2.6%포인트로 하락했다. 지난해 1분기 2.92%포인트를 기록하며 소폭 상승했던 예대마진은 올 1~2월 평균 2.64%포인트로 다시 감소했다. 반면 판관비 등은 상승해 구조적 이익률 감소를 초래했다.
경영환경 악화로 주요 금융지주의 올 1분기 순이익은 반토막이 났다.
4대 금융지주사들이 발표한 1분기 당기순익은 총 1조3963억원으로 지난해보다 평균 55% 줄었다.
시장에서는 “앞으로가 더 문제”라는 부정적인 인식이 팽배하다.
이창욱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초 은행주에 품었던 기대감이 막연해지고 있다"며 "하반기 경기가 호전된다 하더라도 대출성장률과 대손충당금 적립 측면의 개선효과가 미약해 은행실적 개선 가능성을 찾기 어렵다"고 밝혔다.
◇일본은행, 수익 포트폴리오 다변화..해외 영업비중 확대 박차
일본은행들은 2000년대 초반부터 자산운용과 수익구조 다변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기업대출 위축 등으로 대출 증가세가 정체 상태에 이르자 국채 등 유가증권 투자를 늘리고 비이자 수익인 수수료 수익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일본은행연합회(JBA)에 따르면 일본은행의 자산규모는 2000년 804조3000억엔에서 2011년 870조7000억엔으로 8.3% 증가했지만 대출비중은 59%에서 52.6%로 감소했다. 대신 유가증권 비중이 21.9%에서 32%로 확대됐다.
일본 은행자산 규모 및 구조 변화(단위 : 조엔, %)
(자료 : 일본은행연합회,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일본은행들은 대출 둔화로 이자수익이 지속적으로 감소하자 수수료 수익 비중을 늘리고 있다.
수수료 수익 비중은 2001년 9.7%에서 2011년 17.1%로 두 배 가량 확대됐다.
투자신탁, 보험판매 확대 등 소매금융 부문의 수수료 확대는 물론 신디케이트론, 자산유동화채권 인수 등 기업금융 부문에서도 수수료 수익 확대를 지속한 결과로 분석된다.
일본은행들은 2000년대 중반부터 해외진출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과거 경쟁적 확장이 아닌 지분투자에 의한 업무 제휴 및 강점 있는 분야에 집중하는 등 전략적인 접근을 통해 해외진출로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있다.
일본의 3대 금융그룹인 미츠비시 UFJ 파이낸셜그룹, 미즈호 파이낸셜그룹, 스미토모 미츠이 파이낸셜그룹의 해외 대출잔액 규모는 2005년 23조9000억엔에서 2011년에 38조3000억엔으로 14조4000억엔 늘었다.
해외대출과 관련 업무 확대를 통해 국내부문의 손실을 해외부문의 이익으로 보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 3대 은행의 해외 영업이익 비중은 2010년 23%대에서 2011년 26%대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은행, 수익구조 개선·신규 수익원 발굴 시급
저성장·저금리 환경이 예고하는 ‘저수익 파고’를 넘기 위해서는 국내 은행의 수익구조 개선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중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원은 “저성장, 저금리 환경에서는 예대업무 의존도가 높은 은행의 수익성 하락이 불가피하다”며 “이에 대응한 은행 자산운용 전략의 전환과 신규 수익원 발굴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정 연구원은 “단기적으로는 자산 확대를 지양하고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되 중장기적으로는 중위험 시장 진입 확대와 해외진출 강화를 통한 수익구조 다변화가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저성장·저금리 환경에서는 자산 확대가 쉽지 않으므로 은행들은 과다한 잉여 자금유입을 억제하는 한편, 유가증권 운용을 다변화하고 금리상승 리스크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정훈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선임연구원도 “저금리 기조가 계속될수록 이자수익 하락이 예상된다”고 전망하며 “비이자 부문의 수익 확보를 늘리고 신규 성장 동력을 발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선임연구원은 “국내 은행들은 선진국에 비해 지점이 과도하게 많은 경향이 있다”며 “지점에 집중된 자원을 스마트폰 등 다양한 비대면 채널로 재분배 하고 신규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새로운 채널을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은퇴관리 및 수익증권 판매, 수수료 영업(Transaction Banking) 강화,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통한 운용수익을 높이고, 비대면 채널 확대, 채널간 자원 재분배 등 지속적인 효율성 향상을 추구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지주계열 은행의 경우 그룹 내 상품과 채널 간 시너지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며 “적극적인 해외진출을 통해 이익 다변화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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