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기자] 은행권은 그야말로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다. 봄꽃이 만발하지만 은행권에서는 스산한 바람이 분다. 업계가 불황인 데다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반토막 난 1분기 성적표를 받았다. 기준금리가 추가로 인하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새정부 출범으로 2분기 이후 개선될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에도 노란불이 켜졌다. 이 때문에 저금리 상황을 무리하게 탈피하려 해서는 안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본의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 저금리 여건 속에서 이자수익 감소는 불가피한 만큼 이를 감내해 내실을 다지는 경영을 해야 한다는 것. 뉴스토마토는 저금리·저성장 시대에 은행의 수익구조 변화를 살펴 보고, 앞으로 은행 입장에서 개선해야 할 문제와 발전방향에 대해 짚어본다. [편집자]
저금리로 인한 은행권의 위기는 수치로 확인되고 있다. 국내 은행들의 지난 1분기 당기순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반토막 났다.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은행 예대마진이 줄어든 데다 경기침체 장기화로 기업·가계대출이 부실화된 탓이다.
◇'수익성 지표' 순이자마진, 금융위기 이후 최저수준
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지난 1분기 당기순이익은 1조8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3조3000억원 대비 1조5000억원이 감소했다.
금리하락에 따른 이자이익 감소가 9000억원에 이르고, 일회성 주식매각익이 발생하지 않은 것이 주 원인이다.
은행의 총자산이익률(ROA)이 0.41%로 4년 만에 최저치로 주저앉았고 자기자본순이익률(ROE)은 5.22%로 전년 동기(9.78%)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는 10년 만의 최저다. 수익성 악화요인은 대출 부실 탓도 있지만 저금리로 인한 이자수익 감소가 원인이다.
올 1분기중 국내은행 이자이익은 8조8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9조7000억원 대비 9000억원 감소했다. 2011년 4분기 이후 분기별로도 지속적인 감소추세다. 이자수익자산 규모 증가세 둔화와 더불어 기준금리 하락 등으로 순이자마진이 지속적으로 축소된 데 주로 기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무엇보다 올 1분기 순이자마진(NIM)은 1.95%로 이는 금융위기 시점인 2009년 3분기 1.91% 이후 최저 수준을 보였다. 은행의 수익성 악화에 대한 원인 분석과 대응방안 마련을 시급히 요구하고 있다.
물론 1분기 중 비이자이익도 1조2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2조2000억원 대비 1조원이 감소했다. 비이자이익 중 유가증권관련이익은 5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1조2000억원 대비 7000억원 감소했다. 이는 출자전환 주식 매각 등 일회성 이익 감소와 매도가능증권 감액손실 증가가 주로 기인했다.
◇2분기부터 실적 개선?..낙관론에 '노란불'
새 정부 출범에 따른 경기회복 기대감 등으로 은행들의 실적이 2분기 이후 개선될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에도 노란불이 커졌다. 수신 측면에서는 대출 역성장으로 1분기까지는 호조세를 보였으나 여전히 저금리 기조가 강렬한데다 기준금리 인하 전망까지 두터워 저축성 예금이 크게 이탈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3년 3월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3월 중 은행 수신은 1조4000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으며, 전월 증가폭(4조4000억원)에 비해 3조원 가량 줄었다.
이는 수시입출식예금의 경우 법인세 납부자금 등이 유입되었지만 최근 은행들이 법인예금에 대한 금리를 낮게 제시하면서 거액의 법인예금이 빠진 탓이 크다. 정기예금은 수신금리 하락 등의 영향으로 2조5000억원 감소했으며 은행채는 은행의 여유 자금사정 등으로 순상환을 지속해 1조 3000억원 줄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개인고객이 아닌 특정기관의 예금이 빠진 것"이라며 "저금리 기조 등 복합적인 문제가 장기화되면서 이 같은 결과가 나타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대출이 많이 실행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예금 이탈 규모가 큰 영향을 끼치진 않는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면서 중소기업 육성정책을 강조한 점과 사회적 요청이 여전히 잠재해 있는 상황에서 중소기업 대출이 계속되면 당장에는 별 문제가 없지만 자금 이탈이 계속되면 향후 자금조달에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라는 반론이 만만치 않은 실정이다.
실제로 3월 중 대기업 대출은 경기 불확실성 지속, 직접금융 시장을 통한 자금조달 확대 등의 영향으로 1000억원 늘어나는데 그쳤다. 대기업 대출수요 둔화가 길어지는 만큼 중소기업대출이 늘어나지 않는데다, 금리인하가 덮친다면 은행실적 전망을 하향조정 하는 것이 적절할지 모른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향후 기준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NIM 회복 지연될 것"
금융권에선 은행 실적의 향후 관건은 NIM 회복 시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NIM이란 은행의 자산을 운용해 낸 수익에서 조달비용을 차감한 운용자산 총액으로 금융기관의 수익력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다.
저금리 기조로 인한 예대마진 축소가 NIM 하락의 주요인으로 꼽히는데, 한국은행의 향후 금리정책이 NIM 회복 및 안정화 시기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분석이다.
채권 전문가들은 오는 9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이달 기준금리도 동결할 것으로 보고 있다. 2분기 중 추가인하 가능성도 나오고 있어 NIM 반등이 4분기까지 늦춰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창욱 HMC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시장은 여전히 추가 금리인하를 예상하고 있다"며 "두차례 금리인하를 반영하면 NIM은 지금 2.62%에서 지속적으로 내려가 2.11%까지 내려 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소기업 대출시장에서는 은행간 과열경쟁이 불거지고 있어 NIM 훼손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하 없이도 3분기까지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한 금융지주사의 재무담당 임원도 "한국은행이 기준 금리를 인하하지 않으면 2분기에는 어느 정도 정비되지 않을까 기대한다"며 "하지만 인하한다면 NIM 회복 시기는 1~2분기 더 늦춰질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지난해 금리 인하의 영향이 은행 실적에 반영된 점 등을 들어 순이자마진 훼손 폭이 제한적이라는 견해도 있다.
김수현 신한금융투자 책임연구원은 "올해 금리정책 전망은 동결"이라며 "은행들 순이자마진은 3분기부터 저점을 형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차례 기준금리 인하가 있을 경우에도 NIM에 미치는 영향은 0.25%로 제한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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