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 지난 12일은 통합진보당 사태 발생 1년이 되는 날이었다. 사상 최악의 폭력사태가 벌어진 바로 그날 현장에 있었던 기자는 진한 아쉬움과 씁쓸함이 교차함을 느낀다.
19대 총선에서 기치로 내걸었던 '진보정당의 제3세력화'는 물거품이 됐다. 분당된 통합진보당과 진보정의당은 원내 정당으로서의 명맥만 간신히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통합진보당은 이정희 대표가 일선에 복귀한 이후 세력 재건에 나섰지만 덧씌워진 종북 및 패권주의 이미지 극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진보정의당 역시 통합진보당보다는 편견으로 얼룩진 모습은 아니지만 노회찬 공동대표의 의원직 상실과 강동원 의원의 탈당으로 시련의 시기를 보내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2011년 12월 민주노동당과 국민참여당, 새진보통합연대가 모여 대중적 진보정당을 만들겠다던 야심찬 목표를 현재의 두 정당이 달성하기란 녹록치 않을 전망이다.
특정 정파의 당내 패권주의가 문제였든, 진상조사보고서에 이석기·김재연 의원을 향한 저격의 의도가 담겼든 간에 '머리끄덩이녀(女)'로 상징되는 그날의 폭력이 유권자의 뇌리에서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1990년 3당합당 이후 지역주의에 기반한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압도적 양당구도를 구축한 현실에서 별다른 희망을 찾지 못했던 이들에게 진보정당이 주장한 소선거구제 극복은 매력적인 구호였다.
그래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기는커녕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는 속설만 재확인한 '통진당 사태'는 무척이나 아쉽게 다가온다.
또한 분당 과정에서 목격한 양측의 정치력 부재는 씁쓸한 뒷맛을 준다. 분당을 막기 위한 강기갑 전 대표의 단수단념 단식마저 통하지 않은 것으로 볼 때, 정치력이 발휘될 상황조차 아니었다고 하면 애초에 합당이 잘못된 결혼이었나 싶기도 하다.
어쨌든 서로 다른 세 주체가 뜻을 모아 힘차게 닻을 올렸던 통합진보당 실험은 허망하게 끝이 났다. 이제 새누리당과 민주당을 위협할 제3세력의 향배는 안철수 무소속 의원이 창당할 신당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부디 유력한 제3세력의 주체이자 새 정치의 표상이 된 안 의원이, 실패한 대중적 진보정당의 청사진이었던 '대선에서 져도 제1야당이 되는' 우리 정치의 지형을 바꾸기 위한 고민도 함께 해주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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