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세종시에 공무원들과 주민의 이주가 시작되면서 황무지에 세워진 도시 아닌 도시를 보다 특별한 도시로 만들기 위한 노력도 함께 병행됐는데요.
그 중 하나는 '비알티'(BRT, bus rapid transit)라고 불리는 간선급행버스체계와 그 위를 달리는 '바이모달트램'이었습니다.
BRT는 고가와 지하도 등을 이용해 신호도 교차로도 없는 BRT 전용노선을 이용하기 때문에 그 위를 달리는 버스는 전철처럼 정해진 시각에 도착하는 것이 장점입니다. 버스전용차로를 이용하는 서울의 버스보다 훨씬 빠르고 정확하죠.
바이모달트램은 유도버스의 일종으로 자기유도를 통해 자동으로 방향조정이 되는 반인공지능버스인데요. 차량 두 대를 붙여놓은 굴절버스형태여서 세종시 어르신들에게는 일명 '기차버스'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BRT노선 바닥에 깔려 있는 자기유도장치에 따라 운전기사가 없이도 차량을 운행할수 있고, 운전기사가 있을 경우 BRT 노선 외에 일반차로에서도 달릴 수 있는 전천후 운송수단이죠.
게다가 국내에는 처음 도입하는 차량인지라 시범운행기간이라며 요금도 받지 않았습니다. 당연히 세종시 아니, 세종시골 주민들의 반응은 뜨거웠습니다. 남녀노소가 가득찬 '기차버스'가 지나가는 모습은 심심찮게 보였습니다.
시범운행인지라 전체 노선에 모두 자기유도장치가 깔려 있지는 않았지만, 가끔 자기유도장치가 설치된 지점을 지날 때면 핸들에 손을 대지 않고 운전하는 모습을 연출해주는 기사님의 센스도 뜨거운 호응을 받았죠.
새로 생긴 전철노선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그냥 한 번 타보는게 목적인 관광객들로 기차버스는 붐빌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랬던 기차버스가 어느 순간 사라졌습니다.
너무 잦은 고장으로 지난 4월부터 시범운행이 중단된겁니다.
기차버스는 한국철도기술연구원과 한국화이바, 현대엔지니어링이 개발해 지난해 여수세계박람회장에 투입된 데 이어 세종시에도 공무원 이주가 시작된 지난해 9월부터 상용화테스트를 했던 것인데요.
테스트 결과 냉각계 고장을 자주 일으켰고, 눈이 쌓인 경사로는 경사가 고작 10도만 되어도 오르지 못해 운행을 멈추는 사례까지 발생했죠.
덕분에 대당 19억여원이나 하는 기차버스는 세종시 외에 달리 이용할만한 지역도 찾지 못하고 있는 애물단지가 됐다고 하네요. 기차버스를 다니게 하기 위해 수억원을 들여 세종시 도로바닥에 깔았던 자기유도장치도 쓸모없어졌구요.
기차버스가 사라지면서 '타보자 관광객'도 사라졌습니다. 기차버스 대신에 그냥 시내버스와 별반 차이가 없는 CNG하이브리드버스가 다니고 게다가 요금도 받기 시작했기 때문이죠.
대전 유성에서 세종시를 거쳐 충북 오송까지를 왕복하는 BRT노선의 기본요금은 1200원, 거리에 따라 최대 1600원까지 요금을 받습니다.
그나마 위안인 것은 버스는 바뀌었지만 BRT도로의 장점은 살아 있어서 정해진 시각에 거의 정확하게 버스가 도착한다는 점입니다.
초창기 하루에 11편에 불과했던 배차간격도 유료화되면서부터 66편으로 늘어났습니다. 출퇴근시간에는 10분간격, 낮시간에는 20분 간격으로 운행된다죠.
기차버스의 특별함은 사라졌지만, 시간이 갈수록 세종시는 여러가지 환경면에서 세종특별자치시의 특별함을 찾아가고 있는 모습입니다.
또 압니까. 시간이 흐르면 상용화 실패의 시련을 딪고 기차버스가 세종시로 돌아올지도 모릅니다.
◇바이모달트램(사진제공=세종특별자치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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