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기성기자] CJ그룹이 18일 주요 계열사에 흩어져 있는 비정규직 1만5000여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키로 했다. CJ그룹은 이날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 계획을 발표하고, CJ푸드빌과 CJ CGV, CJ올리브영 등 서비스를 전문으로 하는 주요 계열사 직영 아르바이트 1만5271명을 정규직 시간제 사원으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CJ 전경(사진=최승근 기자)
이들은 아르바이트 계약기간에 상관없이 4대보험과 연차수당, 주휴수당, 퇴직금은 물론 학자금 지원과 해외연수 등의 복리후생까지 정규직에 준하는 처우를 받게 된다. 특히 6개월 이상 근무한 대학생 아르바이트 전원에게는 학자금 대출이자를 전액 지원하는 등 학업에의 꿈을 키워나가는데 초점을 뒀다.
CJ그룹 관계자는 "200억원 가량의 추가 재원이 부담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88만원 세대로 불리는 청년층에게 희망을 주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이 같은 계획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왜 하필 지금 이 시점에, 그것도 박근혜 정부의 고용정책 핵심으로 평가 받는 '시간제 일자리'에 대한 호응안을 내놓느냐에 있다. CJ 측도 이날 발표한 정책이 "박근혜 정부의 고용률 70% 로드맵 달성에 호응하기 위함"임을 인정하고 있다.
때문에 정치권과 재계에서는 이재현 회장을 구명하기 위한 CJ그룹의 사전 정지 작업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강하다. 특히 비자금 조성과 탈세 등에 관한 혐의 내용이 연일 언론 지면을 장식하면서 이 회장을 향한 여론의 싸늘함을 달랠 필요를 느꼈다는 게 대체적 분석이다.
여론의 비난을 누그러뜨릴 묘안이 그리 많지 않은 상황에서 비용 대비 이만한 정책도 없다는 게 재계 관계자들의 고백이다. 사실 공교롭게도 총수 리스크가 있는 그룹들은 올 들어 저마다 대규모 정규직 전환 계획을 내놓곤 했다. 예전 총수 사재를 터는 것에 이어 새로운 모범답안이 제시됐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실제 배임 등의 혐의로 김승연 회장이 구속된 한화그룹은 올 1월 2000여명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며 물꼬를 텄다. 그러자 횡령과 배임 등의 혐의로 최태원 회장이 구속된 SK그룹은 지난 5월 한술 더 떠 역대 최대 규모인 580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 4월에는 국회의 출석에 불응한 혐의로 정용진 부회장이 여론의 호된 질타를 받자 신세계그룹이 이마트 매장에 근무하는 910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 5월에는 백화점에 근무하는 비정규직 220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며 진정성을 호소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은 골목상권 침해를 통해 경제민주화를 야기한 유통재벌에 대한 국회의 분노가 극에 달한 상황에서 신세계가 서둘러 유화책을 내놓은 것으로 받아들였다.
한편 일각에서는 배경과 의도야 어떻든, 결과적으로 주요 재벌그룹들이 앞 다퉈 정규직 전환책을 내놓은 것은 심화되는 양극화에 대한 해법으로 작용할 수 있어 반기는 분위기다. 여기에다 이 같은 흐름이 재계 전체로 확산될 경우 그 효과는 제기됐던 각종 문제점들을 상쇄하기에 충분하다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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