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 남재준 국가정보원장(사진)이 국정원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공개했다고 발언한 사실이 전해지면서 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국회 정보위원회 야당 간사인 정청래 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남 원장은 25일 비공개로 열린 정보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야당이 자꾸 공격하고 왜곡하니까 국정원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서 (대화록을) 공개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남 원장의 이같은 발언은 조직논리에 빠져 정작 중요한 민주주의와 국익의 원칙을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국정원의 명예는 지난 대선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바닥으로 추락한지 오래다.
검찰 수사로 국정원이 대선 개입이라는 국기문란 사건을 원장의 지휘하에 조직적으로 벌였다는 사실은 명백히 드러난 상황이다.
이에 남 원장의 발언을 두고 국정원이 지켜야 할 것은 '명예'가 아니라 민주주의를 규정한 헌법이며 국정원에게는 이미 저지른 범죄에 대한 '처벌'이 있을 뿐이라는 냉소가 나오고 있다.
또 남 원장의 해명은 국가의 전체 이익보다 조직의 이익이 우선한다는 인식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남 원장이 주도한 대화록 공개는 남북관계는 물론 향후 다른 나라와의 외교관계에서 대화상대로서의 우리나라 신뢰도를 크게 추락시켰다.
이번 대화록 공개는 '한국은 다른 나라와의 대화를 한국 내부의 이해 관계 때문에 언제든 공개할 수 있는 나라'라는 인식을 세계에 알린 셈이기 때문이다.
한편 민주당은 이날 남 원장을 해임하라고 박근혜 대통령에게 요구했다. 김관영 수석대변인은 국회 정론관 브리핑에서 대화록 공개가 남 원장의 독단적 결정이었다면 이는 "내란에 준하는 항명사태"라고 지적했다.
김 수석대변인은 "청와대의 지시에 의한 것이었다면 청와대와 남 원장은 공범"이라면서 청와대가 진실을 밝히라고 촉구했다.
야권은 또 엄연히 대통령기록물로 봐야 할 대화록을 국정원이 공공기록물로 판단해 '2급 비밀문서'에서 '일반문서'로 재분류해 공개한 것은 불법행위라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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