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캠프 총괄선대본부장을 지낸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이 26일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사전에 입수해 봤었다는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국가정보원에 의해 공개도 되기 전에 김 의원이 대화록을 미리 봤다는 의혹이 사실이라면 거센 후폭풍이 예상된다. 대선기간 박근혜 캠프가 개입된 명백한 불법행위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박범계 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권영세 주중대사 녹취록에 의해 대선 전 새누리당에 대화록이 유출됐다는 의혹이 불거진 상황이라 논란은 심화될 전망이다.
논란이 촉발되자 김 의원은 급히 보도자료를 내고 정문헌 의원에게 들은 내용과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회담 이후 NLL 관련 발언을 종합해 만든 '문건'이 '원문'으로 잘못 알려진 것이라고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김 의원은 지난해 12월14일 부산 서면 유세에서 "대화록 원문"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진 않았지만 이번에 공개된 대화록 내용과 일치하는 내용으로 연설을 했다.
당시 그는 노 전 대통령이 "북측의 대변인, 변호인 노릇을 했다", "제일 큰 문제는 미국", "NLL 문제 내가 맞서 나갈 수 있다"는 말을 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이어 대선 전날인 12월18일 부산역 유세에서 노 전 대통령이 "미군과 합동작전인 '작전계획 5029'를 없애버리겠다"는 말을 했다고 연설했다. '작계 5029' 발언 역시 국정원 발췌본에 들어 있다.
김 의원이 국정원 발췌록에 있는 내용을 거의 그대로 발언함에 따라 대선때 박근혜 캠프에서 이미 정상회담 대화록을 봤다는 의혹은 사실일 가능성이 높은 분위기다.
새누리당이 보였던 자신감도 여기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또 이날 박범계 의원이 폭로한, 권영세 주중 대사의 '집권하면 NLL 깐다' 는 내용이 들어 있는 녹취록에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게 이미 대선때 대화록 공개를 요구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권 대사가 이같은 발언을 한 것이 맞다면 새누리당이 NLL 문제를 대선에 이용코자 국정원을 동원하려한 것이며 이는 노골적인 관권선거에 해당된다.
특히 이러한 기획이 일회성에 그친 것이 아니라는 점도 문제다. 대선 이후 사라진 NLL 이슈는 대선 개입 국기문란 사태가 사실로 드러나면서 다시 한번 새누리당에 의해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다.
노 전 대통령을 부관참시하지 말라는 목소리에도 새누리당은 전혀 다른 사안을 가지고 물타기를 시도했고, 남재준 국정원장은 '국익'보다 국정원의 '명예'를 위해 대화록을 공개했다.
이에 조만간 실시될 국정조사에서는 새누리당의 대화록 불법 입수 의혹과 NLL 대선 기획 등이 정국의 또 다른 변수로 다뤄질 전망이다.
배재정 민주당 대변인은 이와 관련해 "김 의원은 지난 대선 당시 입수했다는 대화록 원문을 입수한 경위와 국정원 비선라인을 밝히라"고 촉구했다.
배 대변인은 "이번에 실시될 국정조사에는 국정원 댓글 사건 뿐만이 아니라 새누리당의 국정원 비선라인의 존재 공개, 정상회담 대화록 원문 공개 과정, 새누리당과 국정원, 경찰의 국정농단 행위 전반이 포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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